"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어느 날 당신도 보이스피싱 '피의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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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어느 날 당신도 보이스피싱 '피의자'가 될 수 있다

2025. 09. 05 10:1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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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명의만 이용돼도 소환... 전문가들 "범죄 '고의' 없었음 입증 못하면 실형, 초기 대응이 운명 가른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보이스피싱 '피의자' 출석요구서가 날아왔다. 어찌된 일일까?/셔터스톡

스팸인 줄 알았는데 '피의자' 출석요구서... 나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공범?


"형사라고요? 또 보이스피싱이네." A씨는 대수롭지 않게 전화를 끊고 번호를 차단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그에게 며칠 뒤 경찰서에서 보낸 정식 '피의자' 출석요구서가 날아들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법 위반' 혐의.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믿었지만, 수사기관의 서류는 그를 보이스피싱 범죄의 공범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저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제가 피의자인가요?" A씨의 공허한 외침은, 어느 날 당신에게도 닥칠 수 있는 현실의 서막일지 모른다.



계좌 명의만 엮여도 '용의선상'... 수사기관은 왜 당신을 부르나


결백을 주장하는 A씨가 왜 수사선상에 오른 걸까?

범죄 조직은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며 수많은 대포통장(타인 명의 계좌)과 대포폰을 이용한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돈이 흘러간 경로를 추적하며 관련된 모든 계좌 명의자, 송금 관여자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한다.


서아람 변호사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피해자 계좌에 입금된 돈이 A씨 계좌로 흘러 들어간 흔적이 확인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즉, 피의자 소환은 범죄 연관성을 의심할 객관적 단서를 확보했다는 신호다.



'몰랐다'는 주장, 통할까?... '범죄의 고의'가 쟁점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마주할 가장 큰 관문은 '범죄의 고의(범죄임을 알면서도 하려는 의사)'를 부인하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된 이들 대부분은 "범죄인 줄 몰랐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냉정하다. 심지어 A씨가 형사의 첫 전화를 '스팸'이라 여기고 차단했던 행동조차, 수사기관은 '범죄 사실을 인지하고 회피하려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다.


김준성 변호사는 '미필적 고의'를 핵심으로 꼽았다. '혹시 범죄에 이용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면서도 이를 외면하고 계좌나 정보를 제공했다면 사기방조죄(사기 범행을 알면서도 도와준 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변호사는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가장한 현금 전달책이 대표적"이라며 "사기방조죄 등으로 처벌받게 되면 집행유예 없는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많다"고 경고했다.


골든타임은 경찰조사... 변호사들이 말하는 3대 생존전략


1. '객관적 증거'로 결백을 입증하라.

최광희 변호사는 "불필요한 추측을 말하지 말고 아는 사실만 일관되게 진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결백을 뒷받침할 계좌 거래 내역, 문자나 메신저 대화 기록 등을 미리 확보해 조사에 임하는 것이 운명을 가른다.


2. 즉시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라.

임승빈 변호사는 "형사사건은 경찰 단계에서 재판으로 나아갈수록 변호인이 조력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수사 초기부터 변호사와 진술 방향을 설정하고 조사에 동석하는 것만으로도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3. '성실한 태도'로 수사에 협조하라.

이재용 변호사는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씨가 처음에 전화를 차단했던 행동 역시 '보이스피싱으로 오해했다'고 명확히 설명하며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아니다'라는 착각, 억울한 공범이 되지 않으려면


한 통의 전화와 한 장의 출석요구서. 이제 당신의 말 한마디, 제출하는 서류 하나가 억울한 피의자와 유죄 판결을 받은 공범의 경계를 가른다.


'나는 아니다'라는 외침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찰의 첫 연락을 받는 그 순간이 당신의 운명을 결정할 골든타임이다. 당황해서 전화를 끊거나 무시하지 말고, 즉시 거래 내역과 대화 기록을 확보한 뒤 변호사를 찾아라. 법의 저울 위에서 당신의 결백을 증명할 기회는 바로 그 첫 단추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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