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 찍었다' 빈말 위협, 법조계 '촬영 안 해도 범죄'
'성기 찍었다' 빈말 위협, 법조계 '촬영 안 해도 범죄'
실제 촬영물 없어도 협박죄 성립 우세…아청법 미수는 '실행 착수'가 관건

미성년자에게 성기를 촬영했다고 말로만 위협해도 처벌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미성년자에게 “성기를 촬영했다”고 말로만 위협하고 실제로는 찍지 않았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법률 전문가 대다수는 실제 촬영물이 없더라도 피해자가 공포를 느꼈다면 협박죄가 성립하며, 촬영하려 시도한 행위 자체만으로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미수'라는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미수죄는 범죄 실행의 시작점을 법원이 엄격하게 보는 만큼 유죄 입증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소년의 알몸에 카메라…'미수' 인정될까
이번 사안의 가장 큰 쟁점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미수' 혐의 성립 여부다. 미성년자의 신체 노출을 인지하고 카메라를 들었지만, 결과물이 없는 경우 처벌이 가능할까?
다수 변호사는 처벌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법무법인 정향의 김연수 변호사는 "아동·청소년임을 인지하고 촬영을 시도했다면, 실제 저장 여부나 촬영된 각도와 상관없이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어 성착취물 제작 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며 "이는 벌금형 없는 중죄"라고 단언했다.
법무법인 해답의 김무룡 변호사 역시 "미수범 처벌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아청법은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법원이 범죄의 '실행 착수'를 엄격히 판단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서아람 변호사는 "단순히 촬영을 시도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미수가 인정되지는 않고, 실제로 성적 신체나 행위를 촬영하려는 명확한 목적과 실행행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한장헌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실제 성적 부위를 촬영·저장하지 않았다면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 제작 미수는 통상 부정되고, 대신 상황에 따라 촬영시도·위압행위는 다른 범죄로 평가될 수 있다"며 다른 혐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찍었다'는 말 한마디, 협박죄 될까
실제 촬영물이 없더라도 "성기를 찍었다"고 위협한 행위가 협박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변호사 다수가 '성립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법률사무소 송지의 배성권 변호사는 "실제 촬영 여부와 관계없이, 성적 부위를 촬영했다고 위협적으로 고지하여 피해자가 공포심을 느꼈다면 협박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도 "상대방에게 성기 등을 촬영했다며 위협한 행위는 공포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므로 형법상 협박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라고 동의했다.
이는 피해자가 현실적으로 공포를 느꼈는지와 무관하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면 협박죄 기수로 보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7도606 판결)와도 궤를 같이한다.
다만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는 이에 대해 '협박죄 X'라며 간결하게 반대 의견을 내, 구체적인 위협의 정도와 상황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너 말이야' 콕 집지 않은 욕설과 조롱, 처벌은?
피해자를 직접 특정하지 않은 욕설과 이를 보고도 말리기는커녕 조롱한 지인의 책임 문제도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변호사들은 특정성(피해자가 누구인지 식별 가능한 상태)과 공연성(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이 인정되면 모욕죄가,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방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봤다.
여성청소년범죄수사팀장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직접 이름을 특정하지 않았더라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를 향한 욕설인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면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고, 제3자가 있는 공개적 상황에서 이루어졌으므로 공연성도 충족되어 모욕죄 성립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옆에서 조롱하며 범행을 부추긴 지인의 행위에 대해서는 '방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법률사무소 편율의 신상의 변호사는 "범행을 제지하기는커녕 옆에서 조롱하며 가해자의 범행 의지를 강화하거나 부추긴 행위는 방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역시 김현중 변호사가 '방조죄 X'라고 선을 그었고, 법원 판례상 방조죄가 인정되려면 조롱 행위가 범죄를 용이하게 했다는 점과 그 행위와 범죄 결과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해(대법원 2005다32999 판결)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