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안 할게" 100만원 뜯기고 또 요구…'조건만남'의 덫
"고소 안 할게" 100만원 뜯기고 또 요구…'조건만남'의 덫
술김에 SNS 조건만남 연락했다 '미성년자' 올가미…변호사들 "전형적 공갈 사기, 추가 지급은 절대 금물"

술김에 미성년자 조건 만남에 호기심을 보인 남성이 경찰 고소를 빌미로 한 공갈 협박에 100만 원을 뜯겼다. / AI 생성 이미지
"미성년자 성매매 미수로 고소하겠다." 술김에 보낸 쪽지 한 통이 100만 원을 뜯기는 공갈 협박으로 돌아왔다.
경찰 접수증까지 내밀며 압박하는 상대방. 돈을 보내도 협박은 끝나지 않는다.
법률 전문가들은 '조직적 사기'라며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한편,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의 법적 위험성도 경고했다. 피해자와 피의자의 경계에 선 남성의 사연을 법적으로 들여다본다.
술김에 보낸 쪽지, '고소장'이라는 덫이 되다
시작은 한 남성의 술김에 생긴 호기심이었다. 트위터에서 '18, 19세 여성, 조건 스폰'이라는 글을 보고 쪽지를 보냈고, 대화는 메신저 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사진 한 장도 오가지 않았고, 다음 날 술에서 깬 남성은 덜컥 겁이 났다. 미성년자를 만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그는 약속 장소인 서울로 가지 않고 상대방을 차단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지 5일째, 한 통의 쪽지가 그의 일상을 뒤흔들었다. 제3자라고 밝힌 인물은 "당신을 고소했다는 글을 봤다"며, 남성이 대화했던 여성이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며 미성년자 성매매 미수 혐의로 고소했다고 전했다.
증거라며 제시된 것은 조사관 명함, 상담사와의 대화, 경찰 접수증을 찍은 사진이었다.
"70만원→30만원→100만원" 끝나지 않는 돈 요구
공포는 곧바로 돈 요구로 이어졌다. 남성에게 연락한 인물은 "다른 사람은 고소하는데 당신은 고소하지 않은 것으로 해 주겠다"며 합의금 명목으로 7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요구했다.
겁에 질린 남성은 상대가 시키는 대로 '나에게 선물하기' 기능을 이용해 상품권 이미지를 넘겼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상대는 "추가로 30만 원을 더 보내라"고 요구했고, 남성은 또다시 돈을 보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은 거짓이었다. 다시 100만 원을 요구하는 메시지에 남성은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그는 "사기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무섭네요. 협박이 안 끝나네요"라며 법률 상담의 문을 두드렸다.
변호사들 "전형적 사기 수법, 절대 응하지 말라"
사연을 접한 법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조직적인 공갈 사기"라고 진단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실제 미성년자나 수사기관과는 전혀 관계없는 허위 협박"이라며 "이들은 한 번 돈을 보낸 사람에게 계속해서 금액을 요구하는 수법을 사용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추가적인 금전 요구에 응하지 말고 모든 대화 기록을 증거로 확보해 경찰에 신고할 것을 촉구했다.
민경철 변호사 역시 상대의 행위가 공갈죄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소한다고 협박하면서 돈을 요구하고 실제로 돈을 받았으므로 공갈죄는 기수에 이르렀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라며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해야 할 사안이라고 조언했다.
여러 변호사들은 이 같은 수법을 '통매음 헌터' 또는 '조건만남 사기'로 지칭하며, 피해자가 약점이 있다는 생각에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노린 범죄라고 지적했다.
남은 위험, '미성년자 성매매 미수' 혐의의 무게
그렇다면 남성은 공갈 피해자로만 남을 수 있을까? 법률적으로는 '미성년자 성매매 미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은 실제 성행위가 없었더라도 성매매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을 유인하거나 권유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준성 변호사는 혐의 입증의 핵심을 '고의성'으로 보았다. 그는 "어느 정도는 인지했다 하더라도 확정적으로 상대방이 미성년자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미성년자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인식을 넘어, '확실히 미성년자임을 알면서도' 범행을 의도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사안의 경우 실제 만남이나 금전 거래, 구체적인 성적 대화가 없었던 점은 남성에게 유리한 정황이다. 그러나 한순간의 호기심이 범죄의 표적이 된 만큼, 법률 전문가들은 즉시 추가 금전 지급을 중단하고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수사에 대응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