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날짜 미루려다 '긁어 부스럼'…변호사들이 말하는 형사 재판 '정석 루트'
재판 날짜 미루려다 '긁어 부스럼'…변호사들이 말하는 형사 재판 '정석 루트'
형사재판 앞두고 섣불리 의견서 제출은 '독'…변호사 선임 후 '기록 검토' 사유로 연기 신청이 현명

형사재판을 미루고 싶을 때 개인이 섣불리 의견서를 제출하면 재판부에 나쁜 인상을 줄 수도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변호사 16인, 섣부른 의견서 제출에 만장일치 'NO'
형사재판을 앞두고 직장 때문에 첫 재판을 미루고 싶은데, 법원에 의견서를 먼저 내도 될까?
구공판(정식 재판 회부) 통지를 받은 A씨의 고민에 변호사 16인은 만장일치로 "섣부른 행동은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재판을 늦추고 싶은 절박함에 섣불리 서류를 제출했다가 오히려 재판부에 나쁜 인상만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변호사들, 만장일치 'NO'
A씨의 질문에 변호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의견서를 먼저 제출하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법원이 공소장과 함께 보내는 의견서는 공소사실 인정 여부 등 피고인의 입장을 처음 밝히는 중요한 서류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의견서는 재판부의 심증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법률 전문가 조력 없이 작성한 의견서는 자칫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한장헌 변호사는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는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변호인과 상의 없이 제출한 어설픈 의견서가 오히려 방어 전략을 꼬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 연기의 '정석'…기일 잡히면 변호사 선임부터
그렇다면 재판을 합법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미루는 방법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이 제시한 '정석 루트'는 명쾌하다.
첫째, 법원이 첫 공판기일(재판 날짜)을 지정할 때까지 기다린다.
둘째, 기일이 지정되면 변호사를 선임한다.
셋째, 선임된 변호사가 재판부에 '사건 기록 검토 및 변론 준비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일변경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는 "일단 기일이 잡힐 때까지 기다렸다가, 변호인 선임 등의 사유로 기일연기신청을 하여 허가를 받는 것이 정석"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법원이 통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법원, '정당한 사유' 없으면 연기 불허할 수도
물론 이 방법이 '만능 열쇠'는 아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단지 시간을 끌기 위해 재판을 미루려 한다고 판단하면 연기 신청을 불허할 수 있다.
실제 대법원은 코로나19 검사를 핑계로 재판에 불출석한 피고인에 대해 "선고를 늦추기 위한 구실"이라며 피고인 없이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대법원 2020도9475 판결).
형사소송법상 의견서는 공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내야 하지만(형사소송법 제266조의2), 이 기간을 넘겨도 제출은 가능하다. 조급하게 대응하기보다 변호사를 선임해 사건 전체를 진단하고 전략을 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조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