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할 죄인"... 8천만원 쏟아부은 음주사고 공무원, '강등' 구제 가능할까
"용서받지 못할 죄인"... 8천만원 쏟아부은 음주사고 공무원, '강등' 구제 가능할까
전문가들 "피해자 합의·거액 배상 등 정상참작 사유 적극 주장해야... 소청심사 통해 감경 시도해볼 가치 있어"

만취 음주운전 사고를 낸 공무원이 8천만원을 배상하고 '강등' 징계를 받았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평생 손가락질 받고 용서받지 못할 죄인입니다." 한순간의 잘못으로 8천만원의 빚을 지고 직장에서 '강등' 징계를 받은 한 공무원의 절박한 호소다. 그는 자신의 모든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남은 단 하나의 희망인 징계 감경에 마지막 노력을 다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리운전 기사까지 불러놓았던 공무원 A씨는 어찌 된 영문인지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 기억이 끊긴 '블랙아웃' 상태에서 그가 몰던 차는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피해 차량에는 일가족 5명이 타고 있었다.
끔찍한 사고였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피해자들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 A씨는 즉시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3천만원에 형사합의를 마쳤다. 피해자들은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덕분에 A씨는 위험운전치상 혐의는 벗고 음주운전 혐의로만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책임의 무게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형사합의금, 민사합의, 차량 수리비, 변호사 비용까지 총 8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는 "아직 나이가 어린 저는 모든 것을 다 잃고 빚더미에 앉았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공무원 신분인 그에게는 '강등'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강등' 처분, 과연 과도한가?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강등' 처분이 자신의 비위 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한원의 김승규 변호사는 "공무원이 음주운전으로 인적·물적 피해가 있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징계 범위는 '정직~해임'"이라며 "최근 소청심사위원회 판단 추세로는 평균적으로 '강등' 처분 정도가 기대되는데, 이미 '강등' 처분을 받은 상황에서 소청심사를 청구해도 징계가 감경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현실을 짚었다.
반면, 라미 법률사무소의 이희범 변호사는 "해당 사안은 정직이 맞는 처분 같은데 강등은 조금 과도한 부분이 있어 보이기는 한다"며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결국 징계의 수위가 적절했는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피해자 합의'와 '거액 배상', 감경의 열쇠 될까?
변호사들은 A씨가 징계 감경을 위해 '피해 회복 노력'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피해자들과 원만한 합의를 이루고 처벌불원서를 받은 점, 실질적인 상해가 경미했던 점, 자발적으로 거액의 배상을 완료한 점 등은 감경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정상참작 사유"라고 분석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피해자들에 대한 성실한 보상과 합의 과정에서 보여준 책임감 있는 태도는 매우 중요한 정상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8천만원이라는 거액의 빚을 지면서까지 책임을 다하려 한 진정성을 소청심사위원회나 법원이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높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을 경우 공적에 따른 징계감경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은 음주운전을 표창 등에 의한 감경 제외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A씨의 감경 주장은 오직 '징계양정이 과도하다'는 논리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감경 시나리오와 현실적 조언
A씨가 징계 감경에 성공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정직' 처분이다. 박지영 변호사는 "소청심사가 받아들여진다면 감경은 1단계 하위 징계로만 가능하므로 강등보다 1단계 낮은 정직 처분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등은 3개월간 직무에서 배제되고 그 기간 보수의 전액을 받지 못하며, 공무원 신분은 유지되나 직급이 한 단계 내려가는 중징계다. 정직에 비해 승진 제한 등에서 불이익이 훨씬 크다.
전문가들은 소청심사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피해 회복을 위한 진심 어린 노력 ▲깊은 반성을 담은 반성문 ▲평소 성실한 근무 태도를 입증할 동료들의 탄원서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 등을 충실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징계처분 사유 설명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소청심사를 청구해야 하는 시간제한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순간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지만, 그 실수를 책임지는 과정은 평가받을 수 있다. A씨의 진심 어린 반성과 책임감 있는 후속 조치가 굳게 닫힌 징계 감경의 문을 열 수 있을지, 법적 절차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