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욕도 하시나요?" 채팅 한 줄에 '통매음' 피의자 될라…엇갈린 법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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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욕도 하시나요?" 채팅 한 줄에 '통매음' 피의자 될라…엇갈린 법조계

2026. 01. 15 16:3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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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없는 사진 전송, 랜덤채팅앱 특수성 두고 '유죄 vs 무죄' 팽팽

랜덤채팅앱에서 무응답 상대에게 보낸 속옷 사진의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 성립 여부를 두고 법적 논란이 뜨겁다. / AI 생성 이미지

"답장 없길래 보냈는데"…랜덤채팅 속옷 사진, 성범죄일까?


"능욕도 하시나요?" 랜덤채팅앱에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통매음'이라는 형사처벌의 공포로 돌아왔다. 동성애 랜덤채팅앱에서 한 남성 A씨가 보낸 메시지와 사진 한 장이 성범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법조계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답장 없길래"…호기심이 부른 '통매음' 논란


사건은 약 8주 전, 홍콩에 서버를 둔 동성애 랜덤채팅앱에서 벌어졌다. A씨는 불특정 다수에게 "능욕도 하시나요?"라는 1대1 메시지를 보냈다. 일부 동의한 상대와는 성적인 대화를 나눴지만, 문제는 침묵으로 일관한 이들에게서 터졌다.


A씨는 1~2시간 동안 답이 없자 '내 사진이 없어 흥미를 못 느끼나'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리고 속옷만 입은 자신의 뒷모습 사진을 보냈다. 그럼에도 응답이 없자 A씨는 상대가 관심 없다고 단정하고 대화 상대를 차단한 뒤, 다음 날 앱 계정까지 삭제해버렸다.


동의 없는 사진, 유죄의 증거 되나?…변호사들 '갑론을박'


A씨의 가장 큰 공포는 자신의 행위가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통매음은 자기 또는 타인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사진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할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유죄로 인정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사안을 두고 변호사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렸다. 다수의 변호사는 '범죄 성립'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정찬 변호사(법무법인 반향)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속옷 사진을 보냈다면 통매음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 역시 "답변 없는 상대에게 사진을 보낸 것은 동의 없는 행위이므로 문제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범죄 성립이 어렵다'는 반론도 팽팽했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해당 앱이 상호 동의를 전제로 음란한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상호 동의 하의 음란한 대화기 때문에 통매음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겁을 주는 변호사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도 "통매음 성립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성인 간의 자유로운 만남을 전제로 한 앱이라는 점은 A씨에게 유리한 정황"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서버·계정 삭제, 수사망 피하는 '방패' 될까?


A씨가 계정을 삭제했고 앱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점은 수사의 현실적인 걸림돌이다.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신의)는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다면 처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IP 주소나 가입자 정보를 확보하려면 해외 기업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순탄치 않아 피의자 특정부터 난관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특히 대화 어플이 외국계라면 더더욱 피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이며 현실적인 수사 한계를 지적했다.


8주 지났으니 안심? 7년짜리 공소시효의 덫


사건 발생 8주가 지나며 A씨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있지만, 법의 시계는 이제 막 흐르기 시작했을 뿐이다. 통매음의 공소시효(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기간)는 7년에 달한다.


김정묵 변호사(법무법인 창세)는 "8주가 지났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피해자는 언제든 고소할 수 있으므로, 시간이 흘렀다는 것만으로 사건이 끝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현실적으로 고소는 사건 직후 수개월 내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법적으로는 7년간 처벌의 칼날이 살아있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A씨의 행위는 법리적으로 통매음 구성요건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 다만, 랜덤채팅앱의 특수성과 해외 서버라는 수사의 현실적 장벽 때문에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찬 변호사는 "고소당한다면 빠른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고, 김지진 변호사(법무법인 리버티)는 "추후 수습을 위해 사실관계를 미리 정리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의 불안한 밤 뒤에는 '명시적 동의 없는 성적 표현은 언제든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서늘한 법의 경고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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