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사람 있다" 알고도 밟고 지나간 순찰차…과실 책임 어디까지
"도로에 사람 있다" 알고도 밟고 지나간 순찰차…과실 책임 어디까지
미추홀구 주택가 골목서 주민 치어 참변
운전대 잡았던 순경 "어두운 골목길, 누워 있어 못 봤다" 항변

현장 인근 CCTV /연합뉴스
인천의 한 어두운 골목길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순찰차가 도로에 누워 있던 60대 주민을 치어 숨지게 하는 참극이 발생했다.
사고 순찰차는 인천 미추홀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20대 순경이 운전했고 조수석에는 같은 지구대 소속 경사가 동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운전대를 잡았던 순경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누워있는 걸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가운데,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교통사고와 달리 '사람이 누워 있다'는 구체적인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한 상황이어서 법적 책임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사한 선행 판례들을 바탕으로 해당 순경의 형사 책임과 민사상 과실 비율 등 핵심 법적 쟁점을 짚어봤다.
인근 주민 친 미추홀서 순찰차…운전자 20대 순경 "누워있는 것 못 봐" 진술
사건은 지난 7월 3일 새벽,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의 주택 밀집 지역 이면도로에서 일어났다.
"도로 위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내용의 당일 신고를 접수한 순경과 경사는 순찰차를 몰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러나 순찰차가 골목으로 좌회전한 직후, 10~20m 앞 도로에 누워 있던 주민 A씨를 밟고 지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사고 전 비틀거리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었으며 결국 현장에서 숨을 거두었다. 현재 운전자 순경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어 전방 주시 의무 위반 여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야간에 이면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에게는 전방을 철저히 살필 업무상 주의의무가 부과된다.
통상 야간 노상 역과 사고에서는 빌라와 단독주택이 밀집해 가로등이 드문드문 설치된 어두운 환경이나 운전자의 시야 제한 등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되기도 한다.
대법원 판례의 기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운전자는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까지 대비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완전히 시야가 차단된 상태였다면 '예견 및 회피 가능성 부재'를 이유로 무죄가 선고될 여지도 존재한다.
'신고 출동' 특수성에 주의의무 가중되는 이유
하지만 이번 사안은 일반적인 역과 사고와 궤를 달리한다.
순경이 사고 발생 전 이미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명확한 신고를 고지받고 출동 중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도로 위에 장애물이나 보행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사전에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을 의미하므로, 사법당국이 운전자인 순경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수준을 훨씬 높게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사망) 사건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공소제기를 막는 반의사불벌죄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유족과의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형사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과 사실관계가 유사한 사건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방법원 재판부의 판결을 보면 법원의 엄격한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한 경찰공무원이 "노상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순찰차로 골목길로 진입하다가 누워있던 피해자를 역과하여 사지마비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제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주택가 이면도로에 누워 있던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경찰관이 구체적인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고 발생 장소가 신고된 골목길의 진입 구간이었던 만큼, 경찰 측이 사고 위험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순찰차 보험자(경찰 측)의 책임 비율을 70%로 무겁게 책정했다.
이어진 항소심 재판부의 시각은 더욱 단호했다. 사고 직후 차량을 즉시 정차하지 않아 피해가 확대된 점을 추가로 지적하며 순찰차 보험자(경찰 측)의 책임 비율을 75%까지 상향 조정했다.
이처럼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직무상 의무가 있는 경찰관이 구체적인 위험을 고지받은 상태에서 전방 주시를 소홀히 했다면 업무상 과실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피해자 과실 60~80%이지만…국가 배상 책임 60%까지 치솟을 수 있어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질 경우, 핵심은 피해자 A씨와 국가(순경 측) 간의 과실 비율 산정이다.
민법 제763조(불법행위에 대한 과실상계 준용 규정)에 따라 법원은 피해자의 과실을 필요적으로 참작해야 한다.
일반적인 야간 이면도로 역과 사고의 경우, 만취 상태 등으로 도로에 누워 위험을 자초한 피해자의 과실은 통상 60%~80% 범위로 높게 책정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국가 측의 책임을 무겁게 평가할 만한 특수한 사정들이 중첩되어 있다.
- 구체적 신고의 존재: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위험 상황과 목적지가 미리 고지됨.
- 운전자의 과실 정황: 순경 스스로 "A씨가 누워있는 걸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취지를 인정함.
- 목격자 진술의 부합: 인근 주민이 "여기가 어둡기는 해도 경찰관이 전방을 잘 살폈으면 피해자를 볼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증언함.
따라서 현장이 다소 어두웠다는 점이 일부 유리하게 참작되더라도, 선행 판례들을 종합할 때 피해자 A씨의 과실 비율은 40%~55% 수준으로 낮아지고, 국가의 배상 책임은 45%~60%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순찰차 운행은 공무원의 직무 집행 행위에 해당하므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일차적으로 국가가 부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제 소송에서는 국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 청구 외에, 순찰차 보험사를 피고로 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청구가 병행되거나 선택될 수도 있다.
다만, 최종 수사 결과 운전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국가가 공무원 개인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여 배상액의 일부를 청구할 여지도 남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