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중 뒷차에 '쿵'…'도로 나온 게 죄' 20% 과실, 뒤집을 수 있나
음주운전 중 뒷차에 '쿵'…'도로 나온 게 죄' 20% 과실, 뒤집을 수 있나
신호대기 중 100% 후방추돌 사고, 택시 공제조합의 황당 주장…법조계 "인과관계가 핵심"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 운전자가 신호 대기 중 후방 추돌 사고를 당했으나, 공제조합은 음주를 이유로 20% 과실을 주장했다. / AI 생성 이미지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 상태로 신호 대기 중 택시에 받혔다. 현장 경찰관은 '택시 100% 과실'이라 했지만, 공제조합은 "음주상태에선 도로에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며 20% 과실을 물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부당한 과실 주장에 내몰린 운전자, 법적 구제는 가능할까? 법조계는 음주와 사고의 '인과관계'가 없으면 상대방 100% 과실이 원칙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호 대기 중 '날벼락'…음주 딱지 붙은 100% 피해 사고
2025년 7월 10일, 운전자 A씨는 귀갓길에 붉은 신호를 보고 정지선에 맞춰 차를 세우려던 참이었다. 시속 3~5km로 서행하며 거의 멈춘 상태. 바로 그 순간, 뒤따르던 택시가 A씨의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사고 현장에는 택시가 급정거할 때 생기는 타이어 자국(스키드 마크)조차 없었다. 이 사고로 A씨와 동승자는 3주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문제는 A씨가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점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약 0.09%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하지만 사고 상황을 목격한 경찰관은 ”음주와 사고는 별도의 사건이며, 사고는 택시 100% 과실이다“라는 소견을 남겼다. A씨는 음주운전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후 벌금까지 모두 납부하며 형사적 책임을 다했다.
공제조합의 반격 "도로에 나온 게 잘못"…도덕과 법의 충돌
모든 처벌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택시공제조합은 다른 주장을 펼쳤다. A씨에게 20%의 과실이 있다는 것. 공제조합 측은 “음주상태에선 도로에 나오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느냐”라며, A씨가 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것 자체가 과실이라고 몰아붙였다.
정상적으로 신호를 지키다 사고를 당한 A씨로서는 황당한 주장이었다. 이처럼 음주운전이라는 '도덕적 비난'과 교통사고의 '법적 책임'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법률 전문가들은 무엇을 핵심으로 볼까.
서명기 변호사(서울종합법무법인)는 “본 사안의 핵심은 ‘음주사실이 사고 발생에 법적으로 인과관계가 있는지’”라고 명확히 했다. 즉, 음주가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는지를 법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법원 "음주와 사고는 별개"…인과관계 없으면 책임 없어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공제조합의 주장이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최이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반석)는 공제조합의 논리에 대해 “'도로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주장은 감정적인 호소일 뿐, 법률적인 과실 상계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라고 일축했다. 음주운전은 그 자체로 처벌받는 중대한 범죄이지만, 이것이 모든 사고의 책임으로 자동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법원 판례는 음주운전과 사고의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따진다. 부산지방법원의 한 판결(2015나50665)은 운전자가 음주 상태였더라도 사고가 상대방의 일방적인 과실로 발생했다면, 음주를 사고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A씨가 신호위반이나 급정지 등 사고를 유발하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정차하던 중이었다는 점은 바로 이 '인과관계 없음'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억울한 과실, 대응 로드맵은? '소송 불사'도 방법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공제조합의 주장에 밀려 부당한 합의를 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수연 변호사(케이앤디법률사무소)는 “신경 쓰지 마시고 100:0 으로 안해주면 민사접수하겠다고 하시면 됩니다”라며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보다 구체적인 전략도 제시됐다. 이시완 변호사(법률사무소 평정)는 “공제조합이 20%를 고수한다면, 블랙박스 영상·현장사진·경찰 소견을 근거로 서면 반박을 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 또는 분쟁조정 절차를 통해 100% 과실을 확정받는 방향으로 나아가시면 됩니다”라고 조언했다.
음주라는 약점을 파고드는 공제조합의 압박에 굴하지 말고, 사고의 본질이 '후행 차량의 100% 과실'임을 법적 절차를 통해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