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물 수사, '유포자 잡히면 끝?'... 변호사 16인의 답은 '아니오'
아청물 수사, '유포자 잡히면 끝?'... 변호사 16인의 답은 '아니오'
유포자 검거는 수사의 시작일 뿐... 판결 없이도 다운로더 추적, 단순 시청도 '징역형'

경찰이 아청물(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유포자를 검거한 것은 거대한 수사의 서막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유포자 판결 없이도 다운로더·시청자 수사 가능... 단순 시청만으로도 징역형, 법의 엄중한 경고
“경찰이 아청물(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유포자를 잡으면 수사는 끝나는 걸까? 혹시 나도 조사를 받게 될까?”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질문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하나의 질문에 현직 변호사 16명이 내놓은 답변은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포자 검거는 거대한 수사의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
유포자는 시작일 뿐... 촘촘해지는 수사망
수사기관이 아청물 범죄의 뿌리를 뽑기 위해 가장 먼저 겨냥하는 대상은 '유포자'다. 범죄의 핵심 고리이자, 다른 모든 관련자를 찾아낼 '지도'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유포자를 1차적으로 수사하고, 이후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운로더·시청자·댓글 작성자까지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유포자의 컴퓨터, 스마트폰, 서버 접속 기록 등 '디지털 저장매체'를 통째로 확보한다. 그 안에는 누가, 언제 접속했고, 무엇을 다운로드했는지에 대한 디지털 발자국이 빼곡히 남아있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 역시 “유포자가 체포되면, 그 사람의 기기나 기록을 바탕으로 다른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된다”며 유포자 중심의 수사가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판결까지 안 기다린다... 동시·순차 수사 모두 가능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지점은 바로 '수사 시점'이다. 유포자가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아야만 다른 이용자들을 수사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법무법인(유한)LKB평산의 정다미 변호사는 “반드시 유포자에 대한 수사가 '종료'되어야 다른 연관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은 효율성과 증거 확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수사 방식을 조절할 수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유포자 검거 후 해당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는 동안에도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로는 대규모 범죄 조직이 연루된 것으로 판단되면, 유포자와 이용자들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법적으로 유포자와 이용자 수사는 별개의 사건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백 명 동시 소환? '현실적 한계와 전략적 수사'
그렇다면 어느 날 갑자기 수백 명의 이용자가 한꺼번에 경찰서로 불려 갈까? 이는 현실적으로 드문 일이다. 법무법인 가림 이용수 변호사는 “한꺼번에 부르면 인력 문제로 조사를 할 수가 없다”며 수사의 현실적인 측면을 짚었다.
오히려 수사기관은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이용수 변호사는 “주요 인물 중 가장 형량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들을 먼저 조사하여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한 이후에 위아래로 조사 범위를 넓혀 간다”고 설명했다. 핵심 증거를 쥔 유포자를 먼저 잡고, 상대적으로 가담 정도가 낮은 이용자부터 조사하며 전체 범죄의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방식이다.
단순 시청도 '징역 1년 이상'... 법의 엄중한 경고
가장 무서운 사실은 아청물 범죄의 처벌 수위다. '나는 유포하지 않고 보기만 했다'는 항변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11조 5항은 아청물임을 알면서 소지하거나 구입, 시청한 자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벌금형이 없는 징역형만 명시된 중범죄다.
변호사들은 이 점을 거듭 경고한다. 단순 호기심으로 인한 한 번의 클릭이 돌이킬 수 없는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포자 검거 소식에 가슴을 졸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수사망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좁혀올지 예측하기 어렵고, 그 끝에는 '징역 1년 이상'이라는 법의 엄중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