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저를 범인이라 생각한대요”…CCTV 고장난 방사선실, 절도범으로 몰린 의료진 절규
“경찰이 저를 범인이라 생각한대요”…CCTV 고장난 방사선실, 절도범으로 몰린 의료진 절규
법조계 “입증 책임은 수사기관에…일관된 진술로 방어하고 무고죄 고소는 신중해야”

엑스레이 촬영 후 환자의 금목걸이가 없어져 방사선사가 절도 용의자로 몰렸다. /AI 생성 이미지
환자 금목걸이 없어졌다…CCTV 고장, 유일한 용의자 된 방사선사
“환자 엑스레이를 찍고 난 후 금목걸이가 없어졌다고 신고했어요. CCTV는 고장났고, 경찰은 저를 범인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사건은 평범한 진료일에 발생했다. 병원 방사선과에서 근무하는 A씨는 환자와 1대 1로 엑스레이 촬영을 진행했다. 환자가 돌아간 후, A씨는 경찰로부터 충격적인 연락을 받았다. 해당 환자가 “주머니에 있던 금목걸이가 없어졌다”며 A씨를 용의자로 지목해 신고했다는 것이다.
A씨는 목걸이를 본 적도 없다고 항변했지만, 설상가상으로 당시 촬영실을 비추던 CCTV는 고장 나 있었다. 경찰은 “용의자가 당신뿐”이라며 A씨를 피의자로 특정하고 조사를 예고했다. 환자와 단둘이 있었다는 정황만으로 용의자가 된 A씨는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
CCTV 없는데… ‘정황’만으로 유죄 가능할까?
가장 큰 쟁점은 직접적인 증거 없이 유죄 판결이 가능한지 여부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어렵다’고 말한다. 형사소송법상 범죄 사실의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며,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직접적인 증거 없이 단순히 용의자로 지목된 것만으로는 유죄가 나오기 어렵다”며 “조사 시 혐의를 부인하며 사건 당시 정황이나 알리바이를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김경태 변호사 역시 “단순히 의심만으로는 유죄 판결이 나올 수 없으며, 특히 의료인의 경우 평소 신뢰관계가 중요한 직업이므로 법원은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백’ 입증되면, ‘무고죄’로 역고소 가능할까?
억울한 누명을 벗는다면, 환자를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 이 역시 법적 문턱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신고자가 ‘허위 사실’임을 알면서도 ‘형사 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했다는 점이 명백히 입증되어야 한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검사 출신 변호사는 “무고죄는 허위사실을 신고하였음이 적극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며, CCTV 등 다른 증거가 없어 환자가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무고죄 인정이 어렵다고 봤다. 또 다른 변호사도 “신고자가 절도범이라는 확신을 갖고 신고했다면 무고죄 적용이 어렵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경찰 조사,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초기 경찰 조사 단계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법률사무소 명중의 임승빈 변호사는 “수사관에게 전화가 왔을 때 섣불리 답변하기보다 ‘변호사와 함께 출석해 진술하겠다’고 말해야 한다”며 안일한 대처를 경계했다.
당시 진료기록, 동료 근무자의 증언 등 간접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경찰 출신 변호사는 “피해자가 병원 방문 전후 다른 장소에 들렀는지 여부를 확인해 다른 분실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겠다고 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안영림 변호사는 덧붙였다. 결국 A씨의 싸움은 혐의를 벗는 것을 넘어, 증거 없는 주장 하나에 무너진 의료인으로서의 신뢰와 명예를 되찾기 위한 힘겨운 과정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