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고속도로서 날아간 루프캐리어, 반대편 버스 덮쳤는데…운전자는 무죄, 왜?
[무죄] 고속도로서 날아간 루프캐리어, 반대편 버스 덮쳤는데…운전자는 무죄, 왜?
재판부 "일반인이 예상하기 어려운 이례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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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중 루프캐리어가 날아가 반대편 차로의 버스를 덮친 사고가 발생했지만, 법원은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셔터스톡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량에서 루프캐리어(차량 지붕에 설치하는 수납함)가 통째로 날아가 반대편 차로의 버스를 덮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법원은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운전자가 사고 발생 사실 자체를 인지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수원지방법원 김주성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난 6월 24일 밝혔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반대편 차로 덮친 루프캐리어
사건은 2023년 12월 19일 오후 5시경 광주원주고속도로에서 발생했다. A씨가 몰던 그랜드카니발 차량 지붕에 장착돼 있던 루프캐리어가 주행 중 갑자기 떨어져 나갔다.
문제는 이 캐리어가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편 차로를 달리던 버스 정면에 부딪히면서 발생했다.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A씨가 사고 후 갓길에 차를 세워 루프캐리어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도로교통법 제54조 1항은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고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처벌받는다.
법원 "사고가 난 줄 어떻게 알았겠나"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검찰과 달랐다. 재판부는 '사고 후 미조치' 혐의가 성립하려면 운전자가 사고 발생 사실을 알았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핵심 근거로 삼았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사고 발생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가 A씨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극히 이례적인 사고 형태였다. 재판부는 "통상적으로 차량에 고정된 루프캐리어가 날아가 반대편 차로의 차량에 부딪힌다는 것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A씨가 자신의 캐리어가 그런 식으로 사고를 유발했을 것이라고 인지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둘째, 사고를 인지할 만한 정황이 부족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과속운전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평균 시속 약 104km) ▲사고 1년 5개월 전에 캐리어를 장착해 오랫동안 문제없이 사용해 온 점 ▲고속도로 소음 속에서 반대편 차로로 날아간 물체의 소리를 듣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셋째, 사고 이후 A씨의 행동 역시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한다고 봤다. A씨가 갓길에 차를 세우고 "이걸 어떻게 찾아"라고 말한 점에 대해, 재판부는 "캐리어가 파손 없이 단순히 떨어져 나갔다고 생각했음을 전제로 한 말"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A씨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굳이 사고를 숨길 이유가 없었다는 점도 참작됐다.
결국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속도로가 아닌 다른 일반 도로에서 캐리어가 떨어졌다고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나중에 고속도로 사고 가능성을 알게 됐더라도 이는 '사후적 고의'에 불과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