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5배 비싸게 샀다고요? 단순히 그 이유라면 계약 취소는 '불가능'합니다"
"시세보다 5배 비싸게 샀다고요? 단순히 그 이유라면 계약 취소는 '불가능'합니다"

아버지가 땅을 구입했는데, 무려 시세보다 5배 비싸게 샀다. 아버지가 지인에게 속은 것으로 생각한 A씨. 그는 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지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셔터스톡
무려 5배였다. 어머니로부터 아버지의 땅 구입 사실을 전해 듣고 알아보니, 구입 가격이 시세보다 무려 5배나 높았다. 아버지에게 '대체 이 땅을 왜 샀냐'고 물으니, 지인의 추천을 받았다고 했다. 그 지인은 "곧 유명 기업이 입주한다"며 아버지를 구슬린 것 같다. 하지만, 그 지역에 아버지가 말한 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지정된 용도지역상 불가능했다.
아버지가 지인에게 속은 것으로 생각한 A씨. 그는 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지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변호사들은 "단순히 시세보다 비싸게 샀다는 이유만으로 매매 계약을 취소할 순 없다"고 말했다.
공동법률사무소 로진의 최광희 변호사는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단순히 시세보다 비싸게 샀다는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HY의 황미옥 변호사도 "토지의 시세를 잘못 알고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매매 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며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대법원 판례의 입장 역시 마찬가지다.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를 할 때 시가를 착오했다면, "중요 부분에 대한 착오가 아니므로 계약 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대법원 92다29337).
단,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아버지에게 계약 내용을 속이거나 착오를 유발한 사정 등을 입증할 수 있다면 "계약 취소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민법은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제109조),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제110조) 등의 경우엔 "계약 취소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법률사무소 청향의 정석영 변호사는 "부동산 매매를 결정하게 된 근거로 작용한 내용 대부분이 허위로 밝혀진다면 민법상 착오를 이유로 한 계약 취소가 가능하다"며 "이 경우 이미 지불한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 이러한 사정을 입증할 책임은 A씨 측에 있다. 황미옥 변호사는 "상대방이 기망한 사정 등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봤다. 최광희 변호사도 "상대방이 '기업이 들어온다'는 말을 이야기했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며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법무법인 이로의 장원석 변호사 역시 "시세보다 월등히 비싸게 샀다면 동기의 착오 취소 등의 주장이 가능하지만, 상대방으로부터 유발된 경우라는 걸 입증하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