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해준다더니…" 내 통장으로 10억 세탁, 날벼락 맞은 예비맘
"대출해준다더니…" 내 통장으로 10억 세탁, 날벼락 맞은 예비맘
생활고에 '작업대출' 손 댔다가 전 재산 동결…변호사들 "즉시 자수해야"

생활비가 급했던 여성이 '작업 대출' 사기에 속아 휴대폰을 넘겼다가 10억 원대 자금세탁 범죄에 연루됐다. / AI 생성 이미지
출산을 앞두고 생활비가 급했던 한 여성. '대출해 주겠다'는 말에 휴대폰을 넘겼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10억 원대 자금세탁 범죄에 연루됐다.
모든 통장이 정지된 여성은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전문가들은 초범도 실형에 처할 수 있다며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즉시 자수해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거라도 해서…" 절박함 파고든 '작업대출'의 덫
"돈이 급했습니다. 소득도 없고 애기 출산도 해야 하고, 당장 생활비가 없었고, 일수마저 거절이 되었습니다" 출산을 앞둔 A씨의 상황은 절박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을 헤매던 A씨는 '대출을 도와주겠다'는 글을 발견했다. A씨는 찜찜하지만 이거라도 해서 생활에 보태야겠다 싶어 연락을 취했다. 상대방은 "입출금 내역 만들어야 한다"며 선불폰 개통과 함께 은행, 코인거래소 앱이 설치된 휴대폰을 요구했다.
A씨가 시키는 대로 휴대폰을 넘긴 지 불과 3일 만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갑자기 자신의 통장이 사기 신고로 정지되었고, 이내 모든 금융 거래가 막혀 버린 것이다. 사기꾼에게 연락했지만 이미 잠적한 뒤였고, 연락을 주고받던 텔레그램 대화방은 강제 탈퇴되어 아무런 증거도 남지 않았다.
10억 오간 내 통장… "금전적 이득 취한 것 없어"
A씨의 통장과 코인거래소 계좌를 통해 3일간 오고 간 돈은 무려 10억 원에 달했다. 범죄 조직은 A씨 명의의 계좌로 피해금을 입금받은 뒤, 이를 코인으로 바꿔 자신들의 전자지갑으로 빼돌리는 전형적인 '자금세탁'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그런데 저는 이런 나쁜 짓에 가담한 적도 없고, 금전적으로 이득을 취한 것도 없고, 억울하게..죄만 뒤집어 쓰는 것 아닌가 걱정이 앞서 잠도 안 옵니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소위 '작업대출'은 이처럼 정상적인 대출이 불가능한 사람들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해 통장이나 휴대폰을 넘겨받아 보이스피싱 등 금융 범죄의 자금 세탁 통로로 악용하는 대표적인 범죄 수법이다.
고의 없어도 '실형' 위기… 법의 냉엄한 잣대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범죄에 가담할 의도가 없었더라도 형사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캡틴법률사무소 박상호 변호사는 "사기방조 혐의는 변호인과 함께 방조행위에 '고의'가 없었음을 주장한다면 무혐의를 다투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입출금내역 및 선불폰을 제공한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평가되기에 조심스럽게 예외적인 선처를 청원하며 전과를 남기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셔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통장, 카드 등 접근 매체를 양도·대여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특히 법원은 비정상적인 대출 방식에 응하며 접근 매체를 넘긴 행위가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는 '미필적 고의'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입출금 금액이 거액으로 보이는만큼 사안에 따라 적절한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면 초범이더라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라고 그 위험성을 강조했다.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 변호사들 '즉시 자수' 한목소리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즉시 자수'할 것을 촉구했다.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고 조사를 받게 되면 자수 감경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기현 변호사는 "경찰이 조사를 위해 출석을 요구한 뒤 경찰조사에 응하면 자수가 인정되지 않아서 자수감경을 받을 수 없습니다."라며 "질문자님 사안은 즉시 자수를 진행해야만 하는 사안입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 역시 "수사기관에서 연락이 오기전에 먼저 진정서를 제출하심이 좋을것 같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자수를 통해 자신이 범죄 조직에 이용당한 피해자임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 않은 점, 절박한 생활고 등 유리한 양형 자료를 토대로 처벌 수위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혼자서 섣불리 대응하기보다는 반드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자수 절차를 밟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