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임원 성희롱, 여직원 업무배제…과연 최선일까?
거래처 임원 성희롱, 여직원 업무배제…과연 최선일까?
전문가들 “명백한 회사 책임, 단순 배제는 2차 가해 될 수도” 경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중요 거래처 임원에게 성희롱당한 여직원을 보호하겠다며 해당 업무에서 배제한 회사의 조치는 정당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남녀고용평등법상 회사의 법적 책임이 명백하며, 피해자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 업무 배제는 오히려 경력 단절 등을 야기하는 ‘불리한 조치’로 간주되어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래 관계를 우선시한 소극적 대응이 기업을 더 큰 법적 분쟁의 늪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희롱 책임, 회사에도 있다”…딜레마에 빠진 기업
한 중소기업 총무팀은 최근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다. 영업부 소속 여직원이 외근 중 주요 거래처 임원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피해 직원에 따르면, 미팅 후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성적 농담이 있었고, 그 후에도 개인적인 만남 요구가 지속됐다.
회사는 일단 여직원을 해당 거래처 업무에서 제외했지만, 거래처는 계속해서 피해 직원을 담당자로 붙여달라고 요구했다. 설상가상으로 피해 직원은 성희롱에 대한 책임이 회사에도 있다고 주장하며, 회사는 법적 책임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고객에 의한 성희롱, ‘개인 문제’ 아닌 명백한 ‘회사 의무’
법률 전문가들은 이 사안이 결코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거래처에서 발생한 성희롱 역시 직장 내 성희롱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회사는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라고 단언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고객 등 업무 관련자가 근로자를 성희롱할 경우, 사업주가 피해 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부여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아람 변호사(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 역시 “거래처에서 발생한 성희롱이라도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 회사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보호 조치 의무를 위반할 경우, 회사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피해자 위한 ‘업무 배제’? 오히려 ‘독’이 될 수도
그렇다면 회사가 취한 ‘업무 배제’ 조치는 과연 적절했을까? 최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는 “현재 귀사가 해당 직원을 거래처 업무에서 배제한 것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회사의 법적 의무를 완전히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라며, 사실관계 조사와 거래처 항의 등 추가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법적 분석에 따르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일방적인 업무 변경은 오히려 업무 기회 박탈이나 성과 평가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불리한 조치’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성희롱 피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한 사업주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형사 처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회사의 신중한 접근이 절실하다.
진정한 해법, ‘피해자 중심’ 조치와 ‘공식 항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의 핵심은 ‘피해자 중심 원칙’과 ‘회사의 적극적 개입’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피해자와의 면담을 통해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등 어떤 보호 조치를 원하는지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다. 동시에 거래 관계 유지를 우선할 것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가해자 측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이성준 변호사(법무법인 에스엘)는 “회사입장에서는 난처하실 수 있으나 상대 회사에 항의 및 형사고소를 진행하셔야 할것으로보입니다”라며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거래 관계를 이유로 성희롱 피해자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라고 못 박았다. 결국 회사는 소극적 대처에서 벗어나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실행하고 가해 기업에 공식 항의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만 더 큰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