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입은 전신 사진인데요?" 길에서 여성 찍다 걸린 남성의 항변, 처벌 가능성은?
"옷 입은 전신 사진인데요?" 길에서 여성 찍다 걸린 남성의 항변, 처벌 가능성은?
취중 여성 사진 촬영 후 단톡방 공유, 현행범 체포

길 가던 여성을 촬영해 단체 채팅방에 올린 20대 남성이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셔터스톡
길 가던 여성의 사진을 찍어 친구들과의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다가 현장에서 적발된 20대 남성 A씨. A씨는 경찰 조사를 앞두고 “포렌식으로 과거 사진까지 수십 장이 나와 상습범이 될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사건은 지난 9월 28일 새벽, 취기에 젖어 귀가하던 A씨의 손에서 시작됐다. 길가에 앉아있던 여성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A씨는, 곧바로 친구 2명이 있는 단체 카톡방에 사진을 전송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피해 여성의 남자친구에게 목격됐고, A씨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A씨의 스마트폰은 그 자리에서 압수돼 포렌식 분석에 들어갔다.
옷 입은 전신 사진이어도 처벌받을까?
A씨는 특정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찍은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의 잣대는 그의 생각보다 훨씬 엄격하다.
법원은 촬영된 인물의 옷차림, 노출 정도, 촬영 의도와 구도 등을 종합해 사진이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다.
김준혁 변호사(법률사무소 도준)는 “전신 사진이라도 신체 굴곡이 부각되거나 특정 구도를 통해 성적인 분위기를 암시한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위반이 성립될 수 있다”며 “피의자의 주관적 변명은 중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과거 사진 살려내는 포렌식의 공포
A씨를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과거의 기억이다. 과거 지하철 등에서 몰래 찍었다 지운 사진들이 포렌식 과정에서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윤 변호사(김기윤 법률사무소)는 “최신 디지털 포렌식 기술은 삭제는 물론 초기화한 데이터까지 상당 부분 복원할 수 있다”며 “복원된 사진의 양과 촬영 기간이 반복적이라고 판단되면 상습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폭력처벌법은 상습적으로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를 저지른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한순간의 실수가 아닌, 반복된 범죄로 규정될 경우 A씨의 처벌 수위는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진다.
변호사들은 포렌식 참관권을 반드시 행사해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확대 해석되거나 사생활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친구들과 ‘재미로’ 공유?…유포라는 더 무거운 족쇄
설상가상으로 A씨는 촬영물을 단체 채팅방에 공유하면서 단순 촬영보다 훨씬 무거운 ‘반포(유포)’ 혐의까지 받게 됐다.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사법부는 촬영물 유포 행위를 극히 중대한 범죄로 다룬다.
배경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제일로)는 “촬영물을 타인에게 공유하는 순간,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생긴다”며 “이 때문에 법원은 유포 행위를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가한 악질적 범죄로 보고 초범이라도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촬영죄와 반포죄는 별개의 범죄로, 두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형량은 대폭 가중된다.
감옥 문턱서 돌아올 유일한 열쇠, 피해자의 용서
벼랑 끝에 선 A씨가 선처를 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해자의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피해자와의 합의가 양형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김준성 변호사(법무법인 공명)는 “진심 어린 사과를 전제로 변호인을 통해 신속히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합의에 성공할 경우,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전과 기록 없이 사건을 마무리할 가능성도 열린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포렌식으로 추가 발견될 수 있는 과거 촬영물의 피해자들이다. 이들과의 합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민경남 변호사(법률사무소 태희)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더라도 법원에 상당 금액을 형사 공탁해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증명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