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택시비 아깝다" 직장 동료 집에 신세 진 남성…강간 후 "상황극인 줄 알았다"
[단독] "택시비 아깝다" 직장 동료 집에 신세 진 남성…강간 후 "상황극인 줄 알았다"
항소심도 징역 2년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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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다 강간한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택시비가 아깝다며 직장 동료 집에서 하룻밤을 청한 남성이 호의를 강간으로 되갚았다. 재판에 넘겨진 그는 "피해자의 성적 취향에 맞춘 상황극인 줄 알았다"며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호의 베푼 직장 동료에게 돌아온 건
서울고등법원 제11-3형사부(재판장 박영주)는 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지난 12월 19일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3년 11월 28일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직장 동료인 21세 여성 B씨와 술을 마시던 중 "택시비가 비싸니 너희 집에서 자고 가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B씨는 이를 수락해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당시 B씨의 침대는 반려견의 소변으로 더러워진 상태였고,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좁은 방바닥에 나란히 눕게 됐다.
그런데 새벽 3시 30분경, 돌연 A씨는 자고 있던 B씨의 몸 위에 올라타 강제로 성폭행을 시도했다. B씨가 양손으로 밀치며 "왜 이러느냐", "그만해라"라고 강하게 거부했지만, A씨는 B씨를 제압하고 억지로 옷을 벗겼다.
겁에 질린 B씨가 소리를 내자 A씨는 "조용히 해"라며 얼굴을 세게 눌러 입을 막았고, 저항하는 피해자의 얼굴과 가슴을 수차례 때리기까지 했다.
B씨는 그날 오후 산부인과 진료를 받고 이튿날 새벽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거부하는 척 즐기는 줄 알았다"…가해자의 적반하장
1심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했던 A씨는 항소심에 이르러 돌연 태도를 바꿨다. 자신이 행사한 폭력은 강간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며, 피해자 역시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착각했다는 주장이었다.
A씨 측은 "과거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을 때, 피해자가 제압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피학적인 성적 취향이 있다고 말했다"며 "사건 당시 '싫다'고 한 것도 성적 취향에 따른 상황극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의 몸에 심한 폭행 흔적이 남지 않은 점을 들어 항거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폭행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재판부의 일침 "명백한 강간"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단호히 배척했다. 법원은 통상적인 가학·피학적 성관계의 특성을 언급하며 A씨의 변명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성관계는 심리적·신체적 위험이 높아 일반적인 성관계보다 훨씬 엄격한 사전 준비와 합의가 요구된다"며 "위험에 대비해 진지한 중단 의사를 알리는 '세이프 워드(safe word·안전어)'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피고인은 사전에 어떠한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의 입을 강하게 막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 즉시 성관계를 중단하고 진정한 의사를 확인했어야 한다"며 "만연히 성적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질타했다.
객관적 증거 앞에 무너진 변명…항소심서도 징역 2년 6개월
피해자의 얼굴 사진과 해바라기센터 진료 기록 등 객관적 증거들도 A씨의 발목을 잡았다.
수사기관에 제출된 피해자의 얼굴 사진에는 A씨가 입을 강하게 틀어막아 생긴 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법원은 "키 170cm 초반의 건장한 성인 남성인 피고인이 체구가 왜소한 피해자 몸 위에 올라타 체중으로 누른 상황 자체가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피고인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무시하고 피해자를 제압해 간음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1심의 형량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항소심에 이르러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해 증언하게 하는 등 1심과 비교해 양형 조건을 변경할 만한 사정이 없다"며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다.
[참고] 서울고등법원 제11-3형사부 2025노2266 판결문 (2025. 12. 19.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