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의 '스토커 고소' 생중계, 명예훼손인가 공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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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의 '스토커 고소' 생중계, 명예훼손인가 공익인가

2025. 09. 09 15:5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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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의 '스토킹 고소' 생중계… '사적 보복'과 '공공의 이익' 사이, 법원의 선택은?

A씨가 사소한 일로 유명 유튜버와 온라인 말다툼을 벌였다가 스토킹법 위반 혐의로 고소 당했다./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내 이름 부르며 '스토커' 생중계… 주홍글씨 새긴 유튜버, 고소 가능할까


단순한 온라인 말다툼이 '스토커'라는 주홍글씨로 돌아왔다. 유명 유튜버가 실명을 부르며 고소 사실을 생중계했고, A씨의 삶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모든 일은 사소한 온라인 말다툼에서 시작됐다. 감정이 격해진 A씨는 항의 차원에서 유튜버에게 개인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며칠 뒤 그에게 돌아온 것은 해명이 아닌 경찰의 출석 요구서였다. 유튜버가 A씨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더 큰 악몽이 덮쳤다. 유튜버가 자신의 채널에서 A씨의 실명을 그대로 부르며 "A를 스토커로 고소했다"고 생중계한 것이다. 수만 명의 구독자 앞에서 A씨는 순식간에 '스토커'가 되었고, 그의 일상은 '주홍글씨'라는 감옥에 갇혔다.


과연 A씨는 이 '사이버 낙인'을 지우고 유튜버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조계는 감정적인 맞고소보다 '스토킹 무혐의' 입증이 먼저라고 조언한다.




"내 이름 걸고 고소" 생중계, 명예훼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유튜버의 행위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실제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한대섭 변호사(모두로 법률사무소)는 "유튜버가 A씨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다는 사실을 실명을 거론하며 방송에서 공개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할 가능성이 많다"고 진단했다.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인 공연성(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과 사실의 적시를 충족하고, '스토킹으로 고소당한 사람'이라는 평가는 당사자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대진 변호사(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역시 "수사 중인 사건의 정보를 공개하여 A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킨 점,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고소가 성립될 수 있다"고 봤다.



"공익 위한 폭로" vs "사적 보복"… 유튜버의 '공익' 방패는 깨질까?


물론 유튜버 측에게도 방어 논리는 있다. 바로 형법 제310조가 규정한 '공공의 이익'이다. 유튜버는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당 유튜버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크리에이터나 유명인들이 겪을 수 있는 유사 스토킹 피해를 예방하고, 온라인상 괴롭힘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위법성이 조각돼(범죄 성립 요건을 갖췄지만 예외적으로 위법하지 않다고 보는 것) 처벌받지 않는다.


결국 핵심은 유튜버의 주된 목적이 '공익'이었는지, 아니면 A씨 개인을 향한 '비방'이었는지 가려내는 것이다.


권장안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온기)는 "개인적인 다툼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져 고소 사실을 공개한 것은, 공익 실현보다는 상대방을 망신시키거나 평판을 훼손하려는 '비방의 목적'이 주된 동기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유튜버가 방송을 통해 얻는 수익 등 경제적 이익이나 사적인 복수심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공익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성급한 칼은 자신을 벤다"… 변호인들이 '맞고소'를 말리는 진짜 이유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명예훼손 고소를 서두르기보다 더 중요한 절차가 남았다고 입을 모은다. 바로 A씨 자신이 피고소인인 '스토킹 사건'에서 혐의를 벗는 것이다.


서아람 변호사(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는 "섣불리 사실적시 명예훼손 고소를 진행하기보다는, 우선 스토킹 사건에서 무혐의 또는 불송치(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검찰로 보내지 않고 종결하는 것) 결정을 받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A씨가 스토킹 혐의를 벗는다면 상황은 A씨에게 훨씬 유리해진다. 권장안 변호사는 "만약 A씨가 스토킹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면, 유튜버의 행위는 결과적으로 무고한 사람에게 '스토커'라는 낙인을 찍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덧붙였다.


결국 A씨의 싸움은 '스토킹 무혐의'라는 방패를 먼저 얻은 뒤, 유튜버의 방송이 '공익'이라는 명분을 넘어선 '사적 비방'이었음을 입증해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다.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법적 다툼을 넘어,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라는 두 가치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오늘날 온라인 공간의 자화상이다.


법의 심판이 내려지기 전까지, A씨에게 찍힌 '스토커'라는 낙인은 오늘도 그를 옥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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