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끊을 판"…보호관찰 '평일 9-6시' 룰의 모순
"생계 끊을 판"…보호관찰 '평일 9-6시' 룰의 모순
사회복귀 도우랬더니 사회생활 단절…법조계 "명백한 법 원칙 위배"

범죄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보호관찰 제도가 평일 주간 출석만 강요해 대상자의 학업과 생계를 위협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AI 생성 이미지
범죄자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보호관찰 제도가, 오히려 대상자의 학업과 생계를 위협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평일 주간에만 출석을 강요하는 경직된 운영 방식이 제도의 본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지적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는 대상자의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지 않도록 한 법률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며,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건 사회생활 단절시키는 제도 아닌가요?"
최근 보호관찰 명령을 받은 A씨는 한 달에 한 번씩 6개월간 보호관찰소를 방문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문제는 방문 가능 시간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못 박혀 있다는 점이었다.
학교 입학이나 취업을 앞둔 A씨에게는 무리한 요구처럼 들린다. A씨는 "대체 학업이나 생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라는거냐 물었더니 무조건 그 시간만 가능하다고 합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곧바로 의문을 제기했다. "제가 검색해보니 보호관찰이 원활한 사회생활을 이끌어내기 위한 제도라고 나오던데 그 시간에만 가능하다면 사회생활을 단절시키는 제도 아닌가요?"
사회 복귀를 지원해야 할 제도가 오히려 정상적인 사회 활동의 발목을 잡는 현실이다. A씨는 "누구든 회사나 학교에서 본인만의 의지대로 결석이나 조퇴를 하는게 말이 안되지 않나요?"라고 반문하며 시스템의 불합리함을 꼬집었다.
법원 "생계 위협하는 보호관찰은 부당하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지적이 법리적으로 매우 타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호관찰 제도는 구금형과 달리 기존의 사회생활을 유지하며 재범을 막는 것이 핵심 목표이기 때문이다.
형사소송규칙 제147조의2 제3항은 "보호관찰관이 그 명령을 집행함에는 본인의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지 아니하도록 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보호관찰법은 대상자의 일반준수사항으로 "주거지에 상주(常住)하고 생업에 종사할 것"을 명시한다. 평일 주간에만 방문을 강제하는 것은 이 두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법원의 판단도 일관된다. 수원지방법원은 과거 생계를 위해 트럭 운전을 해야 하는 피고인에게 운전을 금지한 보호관찰 처분에 대해 제동을 건 바 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형사소송규칙 제147조의2 제3항이 '보호관찰관이 그 명령을 집행함에는 본인의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지 아니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생계를 위해 대형트럭을 운전하여야 함에도 원심이 보호관찰 기간 동안 운전을 금지한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한 것은 피고인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너무 가혹하여 부당하다고 판단된다"(수원지방법원 2015노6277)고 판시했다.
이는 보호관찰 집행이 대상자의 생계 기반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1단계 '소통', 불발 시엔 '법적 구제'로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섣부른 행동을 경계하며 '소통'을 첫 번째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희범 변호사는 "무조건 안된다고 하지말고 보호관찰관과의 유기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면 학업이나 생업에 지장을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특히 담당 보호관찰관과의 관계 설정이 결정적일 수 있다. 조기현 변호사는 "보호관찰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보호관찰관이 보호관찰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며 협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성현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특히 보호관찰관과 원활하게 소통하면 생업지로 출장을 가서 지도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라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소통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김경태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보호관찰소의 방문 시간 제한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일방적인 불출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은 자칫 더 큰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협의가 결렬될 경우, 보호관찰소의 부당한 처분에 대해 공식적으로 다툴 수 있는 권리 구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체적으로는 보호관찰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 침해 진정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이것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최종적으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길도 열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