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잃고 선처했는데…보험사 '1억 토해내라' 소송
어머니 잃고 선처했는데…보험사 '1억 토해내라' 소송
합의 2년 뒤 '운전자 무혐의'…지급했던 합의금 전액 반환 청구

무단횡단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유족이 가해자와 합의했으나 2년 뒤 보험사로부터 1억 원대 반환 소송을 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무단횡단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유족이 가해자의 사정을 봐줘 합의했지만, 2년 뒤 보험사로부터 1억 원이 넘는 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당했다. 가해자가 형사사건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자, 보험사가 이를 근거로 기존 합의를 뒤집고 지급했던 보험금 전액을 돌려달라고 나선 것이다.
선의가 소송으로 돌아온 황망한 상황에 법률 전문가들은 '이미 체결된 합의의 효력'을 두고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선처의 대가는 1억 900만원짜리 소송"…유족의 황망함
2023년 10월, A씨의 어머니는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슬픔 속에서 A씨는 가해자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어린 취준생이라는 점을 감안해 사고 발생 두 달여 만에 형사 합의를 해줬다. 이후 손해사정사를 통해 보험사와도 민사 합의를 마쳤다.
하지만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머니를 잃은 충격으로 힘들어하던 아버지는 사고 1년도 채 안 돼 눈을 감았다.
그렇게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어느 날, A씨는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받았다. 보험사가 지급했던 합의금 9,800만 원과 가해자 측 수리비용 등을 더한 약 1억 900만 원 전액을 돌려달라는 구상금 청구 소송이었다.
심지어 피고 명단에는 이미 고인이 된 아버지의 이름까지 포함돼 있었다. A씨는 "검찰의 결정에는 제가 합의를 빨리 해 준 게 결정적이었을 텐데, 이런 결과가 초래되니 황망스럽습니다"라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형사 '무혐의' vs 민사 '합의', 법의 저울은 어디로?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한 핵심 근거는 가해 운전자가 받은 '증거불충분 불기소 처분'이다. 형사상 책임이 없으니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없고, 따라서 지급한 보험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부당이득'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형사 처분과 민사 책임은 별개라고 선을 긋는다. 법무법인 영민의 김용현 변호사는 "형사 불기소 결정이 곧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부존재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두 절차는 별개로 판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형사 처벌을 할 만큼의 증거가 없더라도, 운전자의 전방 주시 태만 등 일부 민사상 과실은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유안의 조선규 변호사 역시 "'무죄 확정 후 합의금 반환'을 청구한 사건들에서 화해 취소가 쉽게 인정되지 않아 반환청구가 기각된다"며 보험사의 주장이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답변서 제출이 최우선"…핵심 방어 전략은 '합의서'
전문가들은 유족이 승소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30일 이내 답변서 제출'을 꼽았다. 기한 내에 대응하지 않으면 보험사의 주장이 그대로 인용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방어 무기는 당시 작성한 '민사 합의서'다. 법무법인 한일 이환진 변호사는 "손해사정사와 진행한 민사 합의는 법적 화해계약의 성격을 가진다"며 "합의서 내에 별도의 특약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한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이를 완전히 취소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합의서에 '일체의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식의 부제소 특약이나 분쟁 종결 조항이 있다면 이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소송은 '형사 불기소'라는 새로운 상황을 근거로 기존 합의를 무효로 만들려는 보험사와 '이미 유효하게 체결된 합의'를 지키려는 유족 간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