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인 줄 알았는데... 20년 속은 여성, 6억 소송 냈지만 법원은 "배상 책임 없다"
총각인 줄 알았는데... 20년 속은 여성, 6억 소송 냈지만 법원은 "배상 책임 없다"
"유부남인 것 속여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6억 손배소 제기
법원 "소멸시효 3년 지나 청구권 사라져"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유부남이면서 총각 행세를 하고, 이혼남 행세를 하며 여성을 기망해 온 남성.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여성은 "내 인생을 유린했다"며 6억 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남성의 거짓말이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결론은 원고 패소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7부(재판장 이상원)는 A씨가 전 연인 B씨를 상대로 낸 6억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총각인 줄 알고 결혼 약속했는데..." 20년에 걸친 기망
두 사람의 악연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부남이었던 B씨는 A씨에게 미혼인 척 접근했다. 양가 상견례를 하고 결혼까지 약속했을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B씨는 A씨의 부친에게 결혼 자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후 헤어졌던 두 사람은 2014년 재회했다. A씨는 가정이 있는 상태였지만, B씨는 또다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아내와는 법적으로 남남이며 독거 중"이라며 이혼남 행세를 한 것. 이 말을 믿은 A씨는 B씨와 다시 내연관계를 맺었고, 결국 본인의 가정마저 파탄 나 이혼에 이르게 됐다.
A씨는 소송을 통해 "B씨가 장기간 신분을 위장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B씨가 자신에게 약물을 먹여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했으며, 스토킹과 협박을 일삼았다고도 호소했다.
법원 "속인 건 맞지만... 권리 행사 너무 늦었다"
재판부는 B씨의 행위를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B씨)가 유부남인 사실을 숨기거나 이혼했다고 거짓말하여 원고(A씨)와 교제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는 원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게 배상받을 권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소멸시효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재판부는 A씨가 늦어도 2019년 6월경에는 B씨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고 봤다. 당시 A씨가 B씨에게 "가족과 회사에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금전을 요구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원고는 2019년 6월경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알았다고 봐야 하는데, 이번 소송은 그로부터 3년이 훨씬 지난 2024년 10월에 제기됐다"며 "손해배상 채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고 판시했다.
성폭행·스토킹 주장도 "증거 없다" 기각
A씨가 주장한 성폭행, 불법 촬영, 스토킹 혐의 등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를 강간하거나 몰래 촬영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히려 A씨가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B씨를 고소했으나, 경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불송치) 결정을 내린 점이 근거가 됐다.
오히려 A씨는 B씨를 협박한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7민사부 판결문 (2025. 12. 18.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