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사과 요구” 교사의 운명, ‘반의사불벌죄’ 해석에 달렸나
“칼로 사과 요구” 교사의 운명, ‘반의사불벌죄’ 해석에 달렸나
특수협박, 피해자가 용서해도 처벌? 변호사들 의견도 ‘갑론을박’

부부싸움 중 흉기를 든 특수협박 혐의 교사 A씨가 교직 상실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부부싸움 중 흉기를 들었던 교사 A씨. 특수협박 혐의로 입건된 그녀의 교직 인생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남편의 용서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벌과 교원 징계라는 이중의 칼날이 A씨의 목을 겨누고 있다.
특히 A씨에게 적용된 특수협박죄가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마저 엇갈리면서, A씨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칼 든 아내, 칼등으로 맞은 아내…파국으로 치달은 부부싸움
시작은 여느 부부싸움과 같았다. 하지만 감정의 골이 깊어지자 교사인 아내 A씨는 부엌칼을 들고 남편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다.
몸싸움 끝에 칼을 빼앗은 남편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A씨의 목을 벽으로 밀친 뒤, 그 칼등으로 머리를 3차례 가격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머리가 2cm 찢어지고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결국 부부 모두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A씨는 특수협박 혐의로, 남편은 특수폭행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송치됐다.
초범인 A씨는 자녀 문제를 생각해 남편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교사’라는 신분이었다. A씨는 “공무원은 범죄가 업무 연관성과 상관없이 무조건 징계를 받는다”며 교직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집행유예만 나와도 ‘당연퇴직’…형사처벌이 징계의 바로미터
전문가들은 형사 처벌과 별개로 진행될 ‘징계’의 무게를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사안이 중하기 때문에 중징계 이상이 내려질 수 있고 만약 특수협박이 집행유예형이 나오면 징계 절차와 무관하게 당연퇴직되게 된다”고 엄중히 지적했다.
형사 재판에서 선처를 받아 벌금형 이하로 막는 것이 A씨에게는 교직을 유지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가 된 것이다. 법률사무소 피벗 김경수 변호사 역시 “전과가 생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징계는 진행될 수 있으며, 소청심사를 통해 징계의 정도를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A씨의 운명은 형사사법 절차의 첫 단추인 검찰의 처분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편의 용서는 통할까? ‘반의사불벌죄’ 여부 두고 전문가 의견 ‘충돌’
A씨가 기댈 수 있는 한 줄기 희망은 남편이 제출한 ‘처벌불원서’다. 하지만 이 카드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두고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익명의 법률 분석 자료는 특수협박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섣부른 낙관일 수 있다. 법무법인 서한의 최원재 변호사는 정반대의 의견을 냈다. 그는 “특수협박죄는 친고죄 또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의 의사에 좌우되지 않고 형사절차가 진행된다”고 단언했다.
최 변호사의 분석대로라면, 남편의 용서와 무관하게 A씨는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처럼 법적 해석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은 A씨의 사건이 단순한 가정폭력을 넘어 복잡한 법리 다툼으로 번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가정보호사건으로” vs “일단 벌금형 목표로”…생존 전략은?
상황이 복잡하지만, 길은 있다. 변호사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오엔 법률사무소 백서준 변호사는 “가정폭력 사건으로 사건을 넘겨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며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 ‘가정보호사건’으로의 전환을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다.
반면, 법무법인 시우 김연수 변호사는 “기소가 이루어지기 전이니 기회는 남아 있다”며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나 벌금형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전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서아람 변호사는 A씨가 언급한 ‘구속’의 실체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정폭력 임시조치 중 유치장에 임시수용하는 절차를 구속과 오인하시는 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진짜 구속사건이라면 형사재판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떤 전략을 택하든, 모든 전문가들은 “반드시 변호사 조력이 필요한 사안”(조기현 변호사)이라며, 섣부른 판단 대신 법률 전문가와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교직 상실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