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보내는 사진에 맞춰 보내줄게"…랜덤채팅 한순간의 실수, 성범죄자 될 위기
"너가 보내는 사진에 맞춰 보내줄게"…랜덤채팅 한순간의 실수, 성범죄자 될 위기
상대방이 성적 대화를 유도한 정황, 즉각적인 사과 등은 유리한 요소…전문가들 "초기 진술이 처벌 수위 가를 것"

랜덤 채팅 창에서 낯선 여성과 대화하다 신체 사진을 보낸 남성이 '통매음' 공포에 쌓이게 됐다./셔터스톡
랜덤채팅서 성기 사진 전송, '통매음' 유죄일까?…'상대방 유도'가 핵심 쟁점
"너가 보내는 사진에 맞춰서 사진을 보내줄게." 이 한마디에 한 남성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고, 이제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힐 위기에 처했다. 랜덤채팅 앱에서 낯선 여성과 나눈 대화가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사건은 한 랜덤채팅 앱에서 시작됐다. A씨는 '재밌는거 할 사람'이라는 한 여성의 메시지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재미있는게 무엇이냐"고 묻자, 여성은 A씨의 인생을 뒤흔들 제안을 던졌다. "너가 보내는 사진에 맞춰서 사진을 보내줄게."
여성의 말에 무언가에 씐 듯, A씨는 자신의 신체 일부를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 그러나 사진이 전송된 직후, A씨는 거대한 후회와 죄책감에 휩싸였다. 상대방의 반응은 싸늘했다. "헉, 이런 사진을 보내다니 너 진짜 완전 개변태구나?"라는 질책이 날아왔다. A씨는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다"며 연신 사과했지만, 공포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그는 계정을 삭제하고 앱을 지워버렸다.
"재밌는거 하자"는 말에 보낸 사진 한 장, 죄가 될까?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행위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본다. 이 죄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사진 등을 상대방에게 보내는 경우 성립한다.
A씨가 보낸 사진은 명백히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사진'에 해당하며, 대화의 맥락상 '성적 욕망을 유발할 목적'이 있었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통매음' 유죄의 갈림길…'상대방 유도'와 '확정적 고의' 사이
하지만 A씨가 무조건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유죄 여부를 판단할 때 사건의 전후 맥락을 꼼꼼히 따진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상대방의 유도' 여부다.
김연수 변호사는 "상대방이 먼저 '재밌는 거 할 사람'이라고 접근하고, '네가 보내는 사진에 맞춰서 보내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상 성적 대화를 유도한 정황"이라며 "수사기관이 보더라도 일방적인 가해행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핵심은 A씨의 '고의성' 정도다. 김준성 변호사는 "확정적인 고의(범죄 결과를 확실히 의도한 마음)를 가지고 상대방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려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며 "고의성의 정도에 따라 형량에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상대방의 제안에 순간적으로 응한 것이지, 처음부터 상대를 괴롭힐 명확한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고소당했다면? "골든타임은 경찰 첫 조사"
만약 상대 여성이 A씨를 고소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다수의 변호사들은 "골든타임은 경찰의 첫 조사"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고소장 내용을 먼저 확인한 뒤,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조사에 임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상대방이 먼저 성적 대화를 유도한 정황 ▲사진 전송 후 즉시 사과하고 반성한 태도 ▲반복적·집요한 행위가 아닌 단발성 실수였다는 점을 명확하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유리한 정황들이 잘 소명된다면, 검찰 단계에서 기소를 하지 않는 '기소유예'나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종결하는 '불송치' 결정을 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랜덤채팅 속 대화 한 토막이 한순간에 성범죄 전과라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은, 익명의 공간에 도사린 위험성을 다시금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