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불법 정차 중 '쾅'…보험사 '당신도 10% 책임' 통보, 과연 타당한가?
스쿨존 불법 정차 중 '쾅'…보험사 '당신도 10% 책임' 통보, 과연 타당한가?
법조계 "후진 차량 100% 과실 가능성 높아…불법 정차와 사고 인과관계는 별개 문제"

스쿨존 불법 정차 중 후진 차량에 받힌 운전자에게 보험사가 10% 과실을 통보해 논란이 되고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가만히 서 있었는데 날벼락…'스쿨존 불법 정차' 족쇄, 억울한 과실 논란의 전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잠시 멈춰 섰을 뿐인데, 후진하던 차에 받혀 문짝이 찌그러졌다. 그런데 보험사는 '불법 정차'를 이유로 10%의 과실을 주장한다. 과연 운전자는 이 책임을 받아들여야 할까?
가만히 있었는데 '과실 10%'…황당한 보험사의 통보
운전자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스쿨존에 잠시 차를 세워둔 사이, 후진하던 차량이 A씨 차의 운전석 문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충격은 문을 통째로 교체해야 할 만큼 컸다.
하지만 사고 수습 과정에서 더 당혹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상대방 보험사가 A씨에게도 10%의 과실이 있다며 '9대 1' 과실 비율을 통보한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A씨가 주정차 금지 구역인 스쿨존에 차를 세웠다는 것이었다.
A씨는 "내 차는 정차 중이었고 이 사고에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불법 정차가 문제라면 과태료를 내면 될 일이지, 사고 책임까지 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A씨의 사례처럼, 가만히 있다 사고를 당하고도 '불법 주정차'라는 꼬리표 때문에 과실 책임을 떠안는 경우는 과연 법적으로 타당할까.
법조계 "후진 차량 100% 과실에 무게…핵심은 '인과관계'"
다수의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들은 보험사의 주장이 부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핵심은 '불법 정차'와 '사고 발생' 사이에 법적으로 의미 있는 인과관계(사건의 원인과 결과 사이에 존재하는 필연적 관계)가 있느냐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주정차 금지구역 정차 여부와 사고의 인과관계는 별개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법원은 불법 주정차가 없었더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손해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될 때만 정차 차량의 과실을 일부 인정한다. 하지만 A씨의 경우, 상대 차량이 후진하며 주변을 제대로 살폈다면 충분히 정차된 차를 발견하고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조은 변호사(법무법인 태강)는 "정차 중이던 차량이 후진 차량에 의해 충격을 받은 것이므로 후진 차량의 과실 100%가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보험사의 9:1 과실 비율 주장은 부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판례도 '후진 차'에 엄격…"후방 주시 의무가 먼저"
법원 판례 역시 후진하는 차량 운전자에게 훨씬 무거운 책임을 묻는 경향이 뚜렷하다. 도로교통법 제18조는 모든 운전자가 후진할 때 주변의 교통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후진 운전자는 전방을 주시할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의 주의 의무를 진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판결(2021나75223)은 "후진하면서 그 방향에 있는 차량을 살피지 않은 운전자의 전적인 과실"이라며 후진 차량에 100% 책임을 인정했다.
다른 판결(2022나26877) 역시 정지한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은 사고에 대해 "사고는 피고 차량 운전자의 전적인 과실로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A씨의 사례는 이처럼 후진 차량의 일방적 과실을 인정한 판례들과 거의 일치한다.
과태료는 과태료, 과실은 과실…'별개 문제'라는 해법
A씨가 생각했던 것처럼, 불법 정차에 대한 책임은 과태료 부과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행정적 제재인 과태료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인 과실 비율은 별개의 잣대로 평가된다.
김경태 변호사는 "불법 주정차로 인한 제재는 도로교통법상 과태료 부과로 충분하며, 이를 사고의 과실 비율과 직접 연결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명확히 설명했다.
결국 A씨의 불법 정차는 도로교통법 위반에 해당해 과태료를 내야 할 사안이지만, 그것이 후진 차량의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교통법규 위반'이 곧바로 '사고 책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운전자들이 반드시 알아둬야 할 법적 상식이다.
보험사 주장에 맞서는 법…'이의제기'부터 '소송'까지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보험사에 법적 근거와 판례를 들어 과실 비율 재조정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라고 조언한다. 블랙박스 영상, 사고 현장 사진 등은 후진 차량의 과실을 입증할 핵심 증거다. 만약 보험사가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다.
조은 변호사는 "보험사가 조정을 거부한다면 변호사를 선임하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변호사가 개입하면 과실 비율 조정 과정에서 법적 논리를 보다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