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잠든 사이 성추행…가해자는 '100만원 합의' 조롱
술 취해 잠든 사이 성추행…가해자는 '100만원 합의' 조롱
같은 병동 환자에게 피해 입은 여성, 가해자 엄벌 호소…법조계 '반성 없는 태도 담은 엄벌 탄원서 제출' 한목소리

정신과 병동에서 알게 된 남성에게 성추행당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반성 없는 태도와 '100만원 합의' 조롱 등 2차 가해로 고통받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피해자 앞 '100만원 합의' 조롱…법원 저울은 어디로
같은 정신과 병동에서 알게 된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한 A씨가 끝나지 않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사이 벌어진 끔찍한 사건 이후, 가해자는 반성은커녕 합의금 100만 원을 운운하며 피해자를 조롱했다.
선고를 앞두고 가해자가 초범이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을까 불안에 떠는 피해자를 향해 법조계는 한목소리로 '엄벌 탄원서'를 통한 대응을 주문했다.
"아, 찌찌 만졌다"…악몽의 시작과 사라진 반성
사건의 시작은 "같이 밥 한번 먹자"는 가해자의 제안이었다. 같은 병동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던 두 사람은 함께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한 뒤 가해자의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술자리는 끝없이 이어졌고, 결국 A씨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싸늘한 감각에 눈을 뜬 A씨는 경악했다. 바지는 내려가 있었고, 속옷과 티셔츠는 위로 말려 올라간 상태였다. 충격에 빠진 A씨는 즉시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 과정에서 무심결에 내뱉은 "아, 찌찌 만졌다"는 말은 통화 녹음에 고스란히 담겨 훗날 결정적 증거가 됐다.
해바라기센터 검사 결과 A씨의 몸에서는 가해자의 타액이, 바지에서는 지문이 검출됐다. 범행 후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간 A씨에게 가해자는 "술을 더 먹자"며 전화와 문자를 보내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100만원에 합의 보자"…병원에서 계속된 2차 가해
가해자의 뻔뻔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에 따르면 가해자는 병원에서 마주칠 때마다 "100만원에 합의 보자"며 조롱을 일삼았다.
A씨는 "제발 저 사람, 실형 받게 할 방법은 정말 없나요?"라며 절규했다. A씨 측은 처음 300만원, 이후 1000만원으로 합의금을 제시했으나 가해자는 지급 능력이 없다며 어떠한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재판에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은 채 술파티를 즐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A씨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가해자와 같은 병원에 입원한 탓에 언제 마주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실제로 외출할 때마다 1층에서 그와 마주치는 끔찍한 상황이 반복됐다. 해코지를 당할까 두려워 안정제를 추가로 복용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초범' vs '반성 없는 태도', 재판부의 저울은 어디로
이번 사건은 법적으로 '준강제추행' 혐의가 적용된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추행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A씨처럼 술에 만취해 의식을 잃은 상태가 대표적인 경우다.
재판부는 양형(형벌의 정도)을 결정할 때 여러 요소를 고려한다. 가해자가 초범이고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점은 감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가해자가 공판 불출석 등 반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며 지속적인 고통을 겪는 점 등은 실형 선고 가능성을 높이는 가중 요소다.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는 "합의가 안 된다면 준강제추행은 초범이라도 실형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탄원서로 법원을 움직여라"…변호사들의 조언
A씨의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은 '엄벌 탄원서' 제출을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피해자의 탄원서에는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피해 상황, 정신적 고통, 가해자의 반성 없는 태도와 재범 가능성 등을 상세히 서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족, 친구, 의료진 등 주변인들의 탄원서가 더해지면 재판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정향의 이현주 변호사 역시 "피해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쓰고, 사건 이후 가해자가 보인 태도(술파티 등)도 상세히 기술하는 편이 좋다"며 탄원서를 여러 차례 제출할 것을 권했다.
끝나지 않은 싸움, 민사소송과 신변보호
형사 재판과 별개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법적 조치도 가능하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민사소송을 통해 가해자를 압박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민사 판결을 받아두면 10년에 한 번씩 시효를 연장하며 계속해서 가해자의 재산을 조회하고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재산이 없더라도 미래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법무법인 인율의 김상훈 변호사는 피해자가 가해자와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어 지속적인 피해에 노출된 상황을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 등 신변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