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불륜 발각, 바로 해고될까? 변호사 8명의 답은…
사내 불륜 발각, 바로 해고될까? 변호사 8명의 답은…
단순 불륜은 해고 사유 안 돼…'직장 질서 문란' 입증이 관건. 배우자 통보는 회사의 '사생활 침해' 역풍 우려

사내 불륜은 사생활 문제라 해고는 어렵지만, 직장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회사에 구체적 피해를 줬음이 입증되면 해고도 가능하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사내 불륜 들통난 A씨, 해고될까? '직장 질서 문란' 입증 못하면 회사 역풍
사내 메신저로 연인과 나눈 대화가 실수로 팀 단체방에 공유됐다. 직장인 A씨의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 순간이었다. '삭제' 버튼을 눌렀지만 이미 10여 명이 읽은 뒤였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고, 결국 인사팀의 호출을 받았다. A씨의 머릿속은 해고, 징계, 그리고 배우자의 얼굴로 뒤엉켜 터질 듯했다. 과연 회사는 A씨를 해고할 수 있을까? 배우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도 되는 걸까? 8명의 변호사에게 직접 물었다.
"사생활일 뿐"…해고의 칼날 피하려면 '이것' 입증돼야
변호사들은 사내 불륜 사실만으로 직원을 곧바로 해고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를 회사가 과도하게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업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때'를 전제로 한다. 만약 사내 불륜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직장 질서를 어지럽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사내 질서와 직장 규율을 문란하게 한 경우 징계 조치가 가능하다"며 "특히 불륜 행위로 인해 회사의 질서와 규율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판단되면 해고 등 징계 처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고의 정당성은 불륜 행위가 회사에 끼친 '구체적인 피해'를 회사가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역시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고 있어, 회사가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직원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통해 복직할 수도 있다.
"배우자에게 알렸다간…" 회사가 더 큰일 나는 이유
A씨의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회사가 불륜 사실을 배우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렵다. 변호사들은 회사가 배우자에게 이를 통보할 경우 오히려 회사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으뜸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진)는 "회사가 배우자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는 경우, 회사는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헌법 제17조)'를 침해하는 행위이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심지어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도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셈이다.
해고 대신 날아오는 '인사 불이익' 폭탄
해고나 배우자 통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무런 불이익 없이 넘어가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회사는 취업규칙에 '품위유지 의무' 조항을 두고 있으며, 사내 불륜은 이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 경우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감봉, 정직, 강등 등의 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재용 변호사는 "인사 배치 전환, 근무지 변경, 직무 재배정 등 여러 조치들이 내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 역시 "품위 손상 행위를 하여 문제를 일으킨 경우 권고사직을 권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해고라는 극약 처방 대신, 인사상 불이익을 통해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
판례는 달랐다…'금융맨' 불륜엔 "해고 정당"
물론 모든 케이스가 같은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직원의 신분이나 직종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지기도 한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8년 한 금융기관 직원의 사내 불륜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2018부해48).
당시 위원회는 "금융회사는 고객의 재산을 관리하는 곳으로, 직원의 사생활 문란은 단순한 품위 손상이 아니라 기관의 사회적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즉, 그의 불륜이 개인의 사생활 영역을 넘어 '회사의 존립 기반인 신뢰'를 직접 공격했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직업의 공공성이나 신뢰도가 높은 직군일수록 사생활의 자유는 더 엄격하게 제한될 수 있다.
결국 A씨의 운명은 '사생활의 자유'와 '직장 질서 유지'라는 아슬아슬한 외줄 위에 놓였다. 법의 저울은 그의 행위가 사적인 영역에 머물렀는지, 아니면 회사의 업무라는 영역을 침범했는지를 엄격하게 측정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