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소식 차단'한 전 배우자, 양육권 뺏어올 수 있나
'아이 소식 차단'한 전 배우자, 양육권 뺏어올 수 있나
법원 '안정성' 우선…전문가들 "정보차단, 자녀 복리 저해 사정"

이혼 후 주양육자가 자녀 정보를 차단해 비양육 부모(여성)의 애를 태우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한 달에 한 번 보는 게 전부인데, 아이가 잘 크고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전 배우자의 일방적인 연락 차단에 막혀 자녀의 안위조차 모르게 된 비양육 부모의 애끓는 호소다.
법원은 기존 양육 환경의 '안정성'을 중시해 양육권 변경에 매우 신중하지만, 전문가들은 주양육자의 고의적 정보 차단이 오히려 '자녀의 복리를 해치는 중대한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역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감정적 대응은 금물이며, 냉철하고 꾸준한 증거 수집이 양육권 분쟁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조언이다.
"잘 있니?" 묻지도 못해…'깜깜이 육아'에 애타는 부모
이혼 후 아이와 떨어져 사는 비양육 부모 A씨에게 허락된 시간은 월 1회, 단 몇 시간의 면접교섭뿐이다. 주양육자인 전 배우자는 "면접교섭 외에는 연락하지 말라"고 통보한 뒤, 아이의 건강, 어린이집 생활 등 모든 정보를 차단했다.
면접교섭 때마다 아이의 체중이 주는 것 같고 얼굴에 생채기가 보여도 그 이유를 물어볼 수도, 병원에 데려갈 수도 없어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간다.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법원이 '안정성'을 중시하는 이유
법원은 한 번 정해진 양육자를 바꾸는 데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아이가 이미 적응한 환경을 바꾸는 것 자체가 정서적 충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양육의 계속성 원칙'이라 부른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자녀의 체중이 적다는 사정이나 주양육자가 면접교섭 외의 일상적인 소통을 거부하고 자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는, 현 주양육자의 양육권 박탈 사유로 인정되지 않습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특별한 학대나 방임 정황 없이 장기간 양육이 안정적으로 지속됐다면, 단순히 '보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양육권을 뒤집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역전의 실마리 '정보 차단'…"자녀 복리 저해하는 행위"
하지만 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주양육자의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정보 차단' 행위 자체가 양육권 변경을 다툴 '중대한 사정변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률사무소 리그 공선영 변호사는 "아동학대 전력이 없더라도, 주양육자가 자녀의 건강·어린이집 생활 정보를 일절 공유하지 않고 비양육자의 부모 역할을 과도하게 차단하는 행위는, 자녀의 복리를 저해하는 사정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비양육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위급 상황 발생 시 자녀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육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감정' 대신 '기록'으로…변호사들이 꼽은 핵심 증거
양육권 변경 소송은 감정적 호소가 아닌 냉철한 증거 싸움이다. 법무법인 해답 김무룡 변호사는 "증거는 면접교섭 때마다 자녀의 건강·정서·발달 상태를 사진·동영상으로 기록하고, 정보 공유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문자·통화 내역을 시간순으로 모으는 것이 핵심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꾸준히 자료를 축적해 '일회성 사건'이 아닌 '지속적인 양육 부실 패턴'을 입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보 공유를 요청하고 거부당한 문자·카톡 메시지 ▲면접교섭 시 자녀의 위생 상태, 계절에 맞지 않는 옷차림 등을 기록한 날짜 명시 사진 ▲어린이집·병원 등 제3기관의 객관적 기록 등이 법원을 설득할 핵심 자료가 될 수 있다.
오히려 독이 되는 '치명적 행동'…이것만은 절대 금물
아이를 되찾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섣부른 행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판을 그르칠 수 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주양육자와의 갈등으로 인해 자녀 앞에서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험담하는 행위, 주양육자의 동의 없이 자녀를 면접교섭 종료 후 돌려보내지 않고 탈취하는 행위는 법원에서 양육자 자격을 의심받는 치명적인 감점 요인입니다"라고 경고했다.
감정적인 문자 발송, SNS를 통한 상대 비방, 무단 방문 등 협조적이지 않은 태도는 '자녀의 안정'보다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하는 부모로 비춰져 소송에서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