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무서워 못 팔겠다" 14.8억 아파트 계약 뒤집은 집주인의 변심
"세금 무서워 못 팔겠다" 14.8억 아파트 계약 뒤집은 집주인의 변심
약정금 2천만 원 보냈는데…전문가들 “기다리면 뺏긴다, 즉시 법적 조치해야”

14.8억 아파트 매매 약정 후 집주인이 세금 문제로 파기 통보하자, 법률 전문가들은 계약이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 AI 생성 이미지
14.8억 원짜리 아파트 매매 약정 후 약정금 2천만 원까지 보냈지만, 집주인 중 한 명이 돌연 ‘세금 폭탄’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통보했다. 살던 집에서도 곧 이사를 가야 하는 매수인은 절망에 빠진 상황.
법률 전문가들은 “계약은 이미 성립됐다”고 입을 모으며, 재산을 지키기 위해선 부동산을 묶어두는 ‘처분금지가처분’과 계약 이행을 압박하는 ‘내용증명’ 발송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루아침에 날아온 파기 통보…“세금 너무 많아 못 팔겠다”
A씨는 몇 달간의 기다림 끝에 꿈에 그리던 보금자리를 찾았다. 14.8억 원짜리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구역) 내 아파트였다.
공동명의인 집주인 두 명과 매매 조건에 합의한 A씨는 약정일, 중도금과 잔금일, 계약 파기 시 배액배상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약식계약서까지 작성했다. 계약의 증표로 약정금 5000만 원 중 2000만 원을 두 집주인에게 각각 1000만 원씩 송금하며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나머지 약정금을 치르기로 한 약속 하루 전,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집주인 중 한 명이 “세무서에 알아보니 세금이 너무 많이 나와 집을 안 팔고 싶다”며 계약을 엎겠다는 것이다.
A씨는 “정황상 다른 곳에서 더 비싸게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것 같다”며 “몇 달간 집을 내놓은 상황에서 이제 와 세금 계산을 다시 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A씨는 받은 돈의 두 배를 돌려받는 것보다 이 계약을 지켜서 집을 꼭 사고 싶다는 입장이다.
약식계약서와 2천만원, 계약은 이미 성립했다
집주인의 일방적인 변심으로 계약 전체가 무산될 위기. 법률 전문가들은 약식계약서와 일부 약정금 지급만으로도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됐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선린의 류종민 변호사는 약식계약서와 일부 계약금 지급으로 이미 매매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계약의 본질적 요소인 목적물, 가격, 지급 시기 등이 특정되었고 계약금 일부가 지급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 역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상황은 이미 매매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고, 계약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법적 대응을 시도해볼 수 있는 단계입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공동명의자 두 사람에게 각각 돈이 송금된 점은 양측 모두 계약을 인지하고 참여했다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계약은 허가 전까지 ‘유동적 무효(허가를 받아야 효력이 발생하는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계약을 철회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허가를 받기 전이라도 당사자 간 ‘허가 신청에 협조할 의무’는 즉시 발생한다며 “‘세금이 많이 나와서’는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기다리면 뺏긴다”…계약 지키는 3단계 대응법
전문가들은 부동산의 중재만 기다리다간 집을 빼앗길 수 있다며 신속하고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주문했다.
첫 단계는 ‘내용증명’ 발송이다. 정진열 변호사는 매수인으로서 명확한 입장을 서면으로 전달해야 한다며, 내용증명에 “이미 계약이 성립되었으므로 매도인은 토지거래허가 신청 절차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일방적인 변심으로 인한 계약 파기는 인정할 수 없으며, 불이행 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을 담아 보내라고 조언했다.
이는 계약 파기를 주장하는 집주인에겐 경고를, 계약 유지를 원하는 다른 집주인에겐 계약 이행의 명분을 준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핵심 조치는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이다. 집주인이 더 높은 가격에 집을 팔아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보전처분이다.
서명기 변호사는 상대방이 다른 매수인에게 팔 가능성이 있다면 제3자에게 넘기는 것을 막는 처분금지 가처분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단계는 소송이다. 매도인이 끝까지 협조를 거부할 경우,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 이행청구 소송’을 제기해 법적으로 계약 이행을 강제할 수 있다.
계약 파기 시 배상금은 2천만 원의 두 배? ‘이 금액’이 기준
만약 최악의 경우 계약이 파기된다면 배상금은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매도인은 실제 받은 2천만 원의 두 배인 4천만 원만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인정될 경우, 실제 교부된 2천만 원이 아닌 약정금 5천만 원이나 전체 계약금 1억 4800만 원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다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쉴드 남천우 변호사 또한 판례의 태도를 근거로 “상대방이 소액만 상환하며 파기하는 것은 법률상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즉, 매도인이 계약을 파기하려면 단순히 받은 돈의 두 배가 아니라, 계약서에 명시된 전체 계약금을 기준으로 해약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변호사들은 이러한 법적 압박을 통해 계약을 거부하는 집주인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계약 이행을 원하는 다른 공동명의자를 설득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