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아서 구할 테니, 그냥 나가라" 권리금 회수 기회 막는 건물주
"내가 알아서 구할 테니, 그냥 나가라" 권리금 회수 기회 막는 건물주
10년간 일궈온 가게 떠나는 임차인⋯권리금 준다는 새 임차인도 구했는데
새 임차인 거부하고, 가게만 비우라고 요구한다면?

권리금 한 푼 못 받고 가게를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인 임대인 A씨. /셔터스톡
한 상가에서 10년간 장사를 해온 A씨. 매일 열심히 일한 덕에 A씨 가게를 찾는 단골도 많았다. 하지만 개인 사정으로 내년부터는 일을 쉬어야 하는 상황. A씨는 직접 새 임차인을 구하기로 했고, 상가 건물주도 이에 동의했다.
다행히 A씨 가게는 목이 좋은 위치에 있어, 계약을 원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A씨는 그중에서 권리금을 주겠다는 새 임차인을 골라 건물주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별안간 건물주가 태도를 바꿨다. "신규 임차인은 내가 알아서 구할 테니,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가게만 비워달라"고 A씨에게 통보한 것.
상가 건물주는 A씨가 가게를 비우고 나면, 그 자리에 월세를 더 많이 내는 다른 임차인을 구할 계획이다. 이대로라면 권리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가게를 비워야 하는 상황. 정말 A씨는 빈손으로 정든 가게를 떠나야 하는 걸까?
변호사들은 "사연 속 건물주 행위는 임차인 A씨가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이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는, 임대인은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돼 있다(제10조의4). 임차인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형성한 고객이나 거래처, 신용 같은 재산적 가치를 법적으로 보호하려는 취지다.
특히 지난 2019년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 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보장받는 건 동일하다"는 판례를 내놓기도 했다. 어차피 계약이 끝나서 가게를 비워야 하는 임차인이라도, 권리금을 보장받는 데는 예외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조대진 변호사는 "임대인은 임대차가 종료된 임차인에게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 사건의 건물주처럼 권리금을 받을 기회를 박탈한다면, 임차인 A씨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 역시 "A씨가 새 임차인을 구하는 것에 건물주 또한 동의한 상태였다"며 "이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한다면 A씨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는 "권리금 회수 기회 보장은 임대차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라며 "A씨가 해당 기한 내에 건물주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그런데도 건물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거절한다면, A씨가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때, 임대인(건물주)이 지게 될 손해배상액은 임차인이 받아야 했을 '권리금'이 기준이 된다. 법원은 기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받기로 했던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감정평가를 받은 권리금 액수 중 낮은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