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고 입증할 CCTV, 경찰만 갖고 있다면?…'볼 권리' 있다, 단 조건이
내 무고 입증할 CCTV, 경찰만 갖고 있다면?…'볼 권리' 있다, 단 조건이
수사 단계선 '수사기밀'에 막히기 일쑤…변호인 통한 '열람·등사' 신청이 현실적 해법

내 무고를 입증할 CCTV 영상이 경찰에게 있는데 정작 나는 볼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경찰 손에 들어간 '결정적 CCTV', 피의자는 볼 수 있나
어느 날 갑자기 형사사건의 피의자(혐의를 받는 사람)가 됐다. 내 무고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인 CCTV 영상은 경찰 손에만 있고, 정작 나는 볼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의자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순간이다.
"내겐 불리, 경찰엔 유리?…기울어진 운동장"
형사 사건에 연루되면 고소인은 증거를 차분히 준비해 고소장을 내지만, 피고소인(고소를 당한 사람)은 경찰의 첫 연락을 받고서야 사건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뒤늦게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찾으려 해도 이미 상점의 CCTV 영상은 자동 삭제 주기(통상 2주~1개월)가 지나 사라지고 난 뒤일 수 있다.
반면 수사기관은 사건 초기에 해당 영상을 확보해 분석에 들어간다. 이처럼 피의자는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할 핵심 증거에 접근조차 못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CCTV와 같은 객관적 증거는 사건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며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수사 중엔 '깜깜'…열쇠는 '열람·등사권'
결론부터 말하면, 피의자에게도 경찰이 가진 CCTV 영상을 볼 권리가 있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수사기록을 보거나 복사할 수 있는 '열람·등사권'을 보장한다. CCTV 영상 역시 수사기록의 일부이므로 이 권리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시기'다. 이 권리는 검찰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긴 '공소제기' 이후에는 폭넓게 보장되지만, 경찰·검찰의 '수사 단계'에서는 제한될 수 있다. 수사기관이 "수사기밀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영상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직 검찰 부장검사 출신 이철호 변호사는 "수사 중인 증거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보공개청구를 하더라도 거부당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담당 수사관이 영상의 일부 또는 전체를 보여주며 혐의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전직 경찰 출신인 윤준기 변호사는 "수사관은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보여주며 피의자의 해명을 듣는 과정을 진행하므로, 이때 영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변호사 있고 없고, 하늘과 땅 차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가장 확실한 해법은 '변호인의 조력'이다. 조기현 변호사가 "경찰 단계에서 변호사가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단언할 만큼, 변호인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변호인은 법적 근거를 들어 수사기관에 공식적으로 '열람·등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담당 수사관을 설득한다. 개인이 요청할 때보다 수사기관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김경태 변호사는 "변호인을 통해 열람·등사를 신청하여 더 효과적으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며 "수사기밀을 이유로 제한될 수 있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영상이 삭제될 위험이 있다면, 법원에 '증거보전신청'(형사소송법 제184조)을 하는 것도 강력한 방법이다. 이는 증거가 훼손되기 전 법원의 명령으로 미리 확보해두는 절차로,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는 카드다. 결국 형사사건에서는 피의자의 방어권과 수사의 밀행성이 충돌하며, 그 균형을 맞추는 열쇠를 법률 전문가가 쥐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