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규제? 성범죄 예방? '독서실 남녀칠세부동석' 조례, 대법 판단 나왔다
과잉 규제? 성범죄 예방? '독서실 남녀칠세부동석' 조례, 대법 판단 나왔다
1심 "상위법에도 근거 없는 과잉 규제"
2심 "원치 않은 이성과 불필요한 접촉 차단에 도움"
대법원 "남녀가 함께 앉으면 성범죄? 불합리한 인식"

독서실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혼석을 금지한 전라북도의 조례는 헌법에 어긋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연합뉴스
독서실에서 여성과 남성이 함께 앉기만 해도, 해당 독서실 문을 닫도록 했던 전라북도의 조례가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독서실 운영사 A 업체가 전라북도 전주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교습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A 업체 측 손을 들어줬다. 이어 원고 패소 판결을 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당초 이 사건 A 업체는 독서실 운영을 당국에 등록하면서, 여성과 남성의 좌석을 구분 배열하겠다고 열람실 배치도를 제출했다.
이는 전북도의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에 따른 조치였다. 전북도는 이 조례 규정을 어기면, 첫 위반부터 10일 간 교습을 정지하도록 해왔다. 2차 위반 시엔 독서실 등록까지 말소할 수 있었다.
A 업체와 전라북도 간 분쟁은 바로 독서실 '현장점검'에서 시작됐다. 전북도 교육청에서 현장점검을 한 결과, A 업체 독서실에 남녀 이용자 좌석이 구분돼 있지 않았던 것. 이에 전북도 측은 즉각 교습정지 처분을 내렸고, A 업체는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 업체의 승소였다. "'남녀 혼석 금지' 규정은 상위법인 학원법에도 없는 것으로, 전북도의 조례가 위임 입법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1차 위반만으로 교습정지 처분을 하는 건 지나치게 무거운 벌칙이라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전북도는 같은 조례에서 ▲학원이나 교습소가 필수 보험을 미가입하거나 ▲수용인원을 초과해 받는 경우에도 1차 위반 땐 '경고 조치’만 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항소심(2심)은 전혀 다른 판결을 내놨다. "남녀 혼석이 주변의 학습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2심 재판부는 "남녀 혼석이 성범죄 발생 가능성을 반드시 높인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원하지 않는 이성과 불필요한 접촉 등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렇게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한 판결은 대법원에 가서 바로잡혔다.
대법원은 "독서실 운영자의 직업수행 자유와 이용자들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조례"라며 "사적 영역에 지방자치단체가 지나치게 개입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북도 조례는) 여성과 남성이 한 공간에 있으면, 그 장소의 용도나 이용 목적과 상관없이 성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불합리한 인식에 기초한 규제"라면서 "조례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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