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차키 숨긴 군인, '절도' 아닌 '이 죄'가 발목 잡나
홧김에 차키 숨긴 군인, '절도' 아닌 '이 죄'가 발목 잡나
순간의 화가 군사재판 위기로…전문가들 "기소유예, 합의가 절대적"

군인 아파트 이중주차 시비로 홧김에 남의 차 키를 숨긴 현역 군인이 입건될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군인 아파트 이중주차 시비가 발단, 선행을 베풀다 홧김에 남의 차 키를 숨긴 현역 군인이 중형의 기로에 섰다.
CCTV에 덜미가 잡혀 군사경찰 이첩을 앞둔 가운데, 법률 전문가들은 '절도'가 아닌 '재물손괴죄'가 적용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전과를 피하기 위한 절대적 조건으로 '피해자와의 합의'를 꼽았다.
선행이 부른 어처구니없는 복수극
사건의 시작은 한 군인 A씨의 선행이었다. 새벽 5시경 이중주차된 자기 차를 빼달라는 연락을 받고 나간 A씨는 다른 차주 역시 다른 이중주차 차량 때문에 발이 묶인 것을 목격했다. A씨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하지만 도와주려던 차량에 적힌 연락처는 엉뚱한 사람의 번호였다. 순간 분노가 치민 A씨는 "어떻게하면 차주를 골탕먹일 수 있을지 생각했다"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겨본 차 문이 열리고 안에 차 키가 있는 것을 발견하자, 그는 키를 꺼내 반경 10m 안 다른 곳에 숨겼다.
이 모든 과정은 고스란히 CCTV에 담겼고, A씨는 그날 오후 경찰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자신의 행동이 찍힌 영상을 확인하고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군인 신분이었기에, 사건은 군 수사기관으로 넘어갈 처지에 놓였다.
절도인가, 손괴인가…'골탕'의 법적 의미는?
A씨의 행동을 두고 법률 전문가들은 '절도죄'와 '재물손괴죄' 사이에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죄를 가르는 핵심 기준은 '불법영득의사', 즉 남의 물건을 자기 것처럼 완전히 소유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다.
법무법인 세영 김차 변호사는 "절도죄는 불법영득의사를 필요로 하는데, 차량 키를 가져가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차주를 골탕먹일 생각으로 차량 주위에 이를 은닉한 것이어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대신 은닉행위로 인해 손괴죄가 성립합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차 키를 훔쳐 영원히 가지려 한 게 아니라, 잠시 사용하지 못하게 숨겨 효용을 해쳤으므로 재물손괴죄(은닉)가 더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법률사무소 해방의 정동일 변호사 역시 "절도죄는 불법영득의사가 필요한데, 차주를 골탕먹일 마음으로 은닉한 것이므로 손괴죄가 성립합니다"라며 같은 의견을 냈다.
'기소유예'가 최선…전문가들 "피해자 합의가 절대적"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전과 기록 없이 사건을 마무리할 최선의 시나리오는 군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죄는 인정되지만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를 받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는 단연 '피해자와의 합의'다.
법무법인 건영 김수민 변호사는 "금방 피해가 회복되었으니, 피해자와 합의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합의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군인 신분이므로 군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며, 혐의 인정시 향후 기소유예를 받기 위해서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매우 중요하고, 합의뿐만 아니라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과 양형자료 등을 준비하여 기소유예를 목표로 대응하셔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합의를 최우선으로 하되, 진심 어린 반성과 재발 방지 노력을 함께 보여줘야 선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진행될 군 내부 징계에서도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는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