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빼달라' 전화했다 스토킹범?…주차 시비의 법적 함정
'차 빼달라' 전화했다 스토킹범?…주차 시비의 법적 함정
새벽의 반복된 연락, '정당한 요청'과 '불안감 유발'의 아슬아슬한 경계

아파트 주차 문제로 새벽에 이웃에게 수차례 연락한 남성이 스토킹 혐의로 피소됐다. / AI 생성 이미지
아파트 주차 문제로 이웃에게 이동 협조를 요청했던 한 남성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법적 공방에 휘말렸다.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새벽에 수차례 전화를 걸고 초인종을 누른 행위가 '정당한 권리 행사'가 아닌 '불안감을 유발하는 스토킹'으로 신고된 것이다.
경찰의 긴급응급조치를 성실히 이행했음에도 상대방이 추가로 접근금지 조치를 신청하면서, 일상 속 갈등이 형사사건으로 비화하는 과정에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새벽 2시, 끝나지 않은 통화음…'주차 협조'가 '스토킹' 된 사연
사건은 2026년 4월 18일 토요일 새벽에 벌어졌다. 귀가한 A씨는 이웃 차량이 부적절하게 주차해 공간을 쓸 수 없게 되자, 이동 협조를 구하기 위해 02시 15분부터 8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초인종을 2회 눌렀으나 응답이 없었다.
함께 있던 동승자가 자신의 전화로 다시 걸었고, 상대방은 연결되자마자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었다. A씨는 문자로 사과하며 협조를 구했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오해를 풀고자 A씨와 동승자는 02시 39분까지 각각 7회, 5회씩 추가 통화와 초인종 1회를 시도했지만, 결국 주차를 포기하고 차량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A씨는 이 모든 행위가 거주자 간의 정당한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한 목적이었으며, 위해를 가하거나 괴롭힐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조치 지켰는데 또 접근금지?…억울함 속 법적 대응 모색
상대방의 신고로 A씨에게는 경찰의 긴급응급조치(접근금지 등)가 내려졌고, 그는 한 달간 이를 성실히 준수했다. 그러던 5월 25일, 오히려 상대방이 A씨에게 차량 이동을 요청하는 일이 발생했다.
A씨는 상대방이 접근금지를 언급하자 마찰을 피하고자 정중히 답변한 뒤 즉시 현장을 떠났으며, 이 과정을 녹음해 두었다. 이후 약 한 달간 어떤 형태의 접촉도 하지 않았지만, 6월 19일 A씨는 상대방이 법원에 '100m 접근금지'를 신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본인은 조치 준수 기간은 물론 이후에도 일절 접촉이 없었고, 향후에도 연락할 의사가 없으므로 해당 신청의 구체적인 사유를 확인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정당한 이유' vs '불안감 유발'…변호사들의 엇갈린 진단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을 ‘정당한 이유’의 존재와 ‘불안감 유발’ 사이의 충돌로 분석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주차 시비로 인한 연락인만큼 스토킹 혐의를 부정할 수 있습니다”라며 “상대방이 주차를 부적절하게 해놓고 적반하장식으로 고소한 건에 대한 것임을 법리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주차 협조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다수의 변호사들은 새벽이라는 시간대와 반복된 연락 횟수 자체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새벽 시간대에 8회 통화와 초인종, 동승자를 통한 연락까지 더해진 횟수 자체는 상대방이 공포를 호소하는 근거가 될 수 있어 이 부분 해명이 관건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스토킹처벌법은 행위자의 의도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느꼈을 '불안감'과 행위의 '반복성'을 중요하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섣부른 해명은 금물, 증거로 말하라”…전문가들의 한목소리
전문가들은 섣부른 직접 소통 시도는 절대 금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동법률사무소 온기 권장안 변호사는 “조치가 실제로 발령·고지된 상태라면, 그 존부와 무관하게 우선은 조치 내용(접근·연락 금지 범위)을 엄격히 준수하시는 것이 형사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위반은 실제로 형사처벌된 사례들이 다수 확인됩니다)”라며 모든 접촉에 극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한 법리적 대응을 주문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경찰 출석 전에는 당시 주차 상태 사진, 통화기록, 문자·카카오톡 내용, 동승자 진술, 5월 25일 녹음파일, 긴급응급조치 준수 사실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사에서는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 주차 문제 해결 목적, 협박·위해 의사 부존재, 이후 접촉 중단 및 조치 준수 사실을 차분히 설명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감정적 호소보다는 법원의 판단 근거가 될 객관적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변호인의견서 형태로 제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