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된 줄 알았다는 무인편의점 만취 손님의 하소연, 처벌 피할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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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된 줄 알았다는 무인편의점 만취 손님의 하소연, 처벌 피할 길은?

2025. 08. 07 14:0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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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찾으려다 자동문까지 부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의 그날 밤은 필름이 끊긴 영화와 같다. 무인 편의점에서 몇 가지 음식을 결제한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후 추가로 집어 든 3000원짜리 음식을 결제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결제가 됐으리라 믿고 편의점 안에서 허기를 채운 뒤 화장실에 다녀온 것이 화근이었다.


돌아와 보니 편의점 자동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안에는 A씨의 가방과 소지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당황한 A씨는 문이 잠시 잠겼다고 생각하고 문을 열려 애썼고, 그 과정에서 자동문이 파손됐다. 며칠 뒤 경찰은 A씨에게 절도와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수리비는 33만 원에 달했다.


훔칠 의도도, 부술 마음도 없었는데…

A씨는 "훔칠 생각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먹지도 않았을 것이고, 문을 부술 의도였다면 내 짐을 찾으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고의성을 강력히 부인했다. 변호사들은 이 사건의 핵심이 바로 A씨가 주장하는 '고의성' 여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일의 이환진 변호사는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불법영득의사(남의 물건을 자기 것처럼 쓰려는 생각)', 재물손괴죄는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며 "일부 물품을 정상 결제했고, 매장을 떠나지 않고 되돌아온 점 등은 훔칠 의사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을 연 행위에 대해서도 "짐을 찾기 위한 행동이었음을 강조해 고의적 훼손이 아님을 소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만취' 주장은 양날의 검…어떻게 진술해야 할까?

A씨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기억은 '만취 상태였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법정에서 만취 주장은 신중하게 다뤄야 할 카드다. 자칫 잘못하면 반성은커녕 술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해광의 손철 변호사는 "취했다는 사유만으로 '책임능력 부족'을 인정받기는 어렵고,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스로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로 판단될 경우, 형사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변호사들은 "만취해서 판단력이 흐렸지만, 범죄를 저지를 의도는 결코 없었다"는 방향으로 진술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송치 이끌 최선의 전략은?

경찰 조사를 앞둔 A씨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피해자와의 합의'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특히 재물손괴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는 아니지만, 피해자의 용서는 수사기관의 처분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는 "점주와 반드시 접촉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손해액을 배상한 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합의서를 받아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호사 선임 역시 불송치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다. 법률사무소 명중의 임승빈 변호사는 "안일한 생각으로 혼자 대처하면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며 "수사 초기 단계부터 변호사가 동석해 진술 방향을 잡고, CCTV 영상과 카드 내역 등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이 실무상 불송치 가능성을 현저히 높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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