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연락 없던 형수와 조카, "어머니 유산 주세요"…생전에 장남이 받은 돈 뺄 수 있나
10년 연락 없던 형수와 조카, "어머니 유산 주세요"…생전에 장남이 받은 돈 뺄 수 있나
사전 증여·빚 대납은 '특별수익'으로 공제, 4년간 병간호는 '기여분'으로 인정 가능성…증거 확보가 관건

10년간 왕래가 없던 형수와 조카가 어머니 사후 나타나 법정 상속분을 요구해 갈등이 생겼다. / AI 생성 이미지
최근 어머니를 여읜 A씨는 상속 재산을 정리하다가 억울한 상황에 부닥쳤다. 10년 넘게 왕래조차 없던 형수와 조카가 갑자기 나타나 법정상속분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A씨의 큰형(장남)은 어머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A씨와 동생(삼남)은 4년간 이어진 어머니의 투병 생활을 도맡았지만, 장남의 가족은 연락 한 통 없었다. 심지어 장남은 생전에 어머니로부터 토지를 증여받고 수천만 원의 빚까지 대신 갚게 했다.
A씨는 10년 넘게 부양의무를 저버리고 이제 와서 권리만 주장하는 형수와 조카에게 다른 상속인들과 똑같이 재산을 나눠줘야 하는 걸까?
10년 넘게 왕래 끊겼는데…어김없이 등장한 상속권 주장
A씨의 어머니가 남긴 상속 재산은 토지 600평, 시골집, 예금 약 2,600만 원이다. 상속인은 아들인 A씨(차남)와 남동생(삼남), 그리고 어머니보다 먼저 사망한 장남을 대신해 상속 자격을 얻은 장남의 아내와 딸(대습상속인)이다.
민법에 따라 장남의 아내와 딸은 장남이 받았을 상속분(전체의 1/3)을 나눠 갖는다. 문제는 이들이 10년 넘게 고인과 교류를 끊고 살았다는 점이다. 결혼 후 경제적 지원을 수차례 받고도 사업에 실패한 장남은 어머니의 집에 내려왔지만, 그의 아내와 딸은 곧 서울로 올라가 버렸다. 이후 장남의 사망 전후로도 왕래나 부양의 도리는 전혀 없었다.
반면 A씨와 남동생은 4년간 어머니의 병원비, 간병비, 생활비 등을 전적으로 부담하며 수발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A씨 형제는 생전에 어머니에게 경제적 도움만 받고 도리를 다하지 않은 장남 측이 법정상속분을 그대로 받아 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여겼다.
생전에 미리 준 재산 '특별수익'…대습상속인 몫에서 공제 가능
결론부터 말하면, 장남이 생전에 어머니로부터 받은 재산은 '특별수익'으로 인정돼 장남 측 상속분에서 공제될 가능성이 높다. 대습상속인은 상속인이었을 사람(피대습상속인)의 재산상 권리와 의무를 그대로 물려받기 때문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법원은 '생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특별수익은 대습상속인의 특별수익으로 본다'고 명확히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장남이 받은 이익을 고려하지 않으면 다른 상속인들과의 공평을 해친다는 취지다.
A씨의 경우, 장남이 생전에 받은 ▲토지 사전 증여 ▲어머니가 대신 갚아준 마이너스 통장 대금 약 1,500만원 ▲기타 현금 지원 약 1,000만원 등이 특별수익으로 인정될 수 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의뢰인이 보유한 증빙자료들은 법원에서 특별수익을 입증하는 유력한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다만 변호사들은 장남 사망 후 그의 딸이 상속을 포기해 어머니가 대신 갚은 대출금 1,500만 원에 대해서는 법리적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이 금액은 장남 생전 증여와 달리, 딸에게 실제 이익이 귀속됐는지 또는 어머니가 토지를 회복하기 위해 부담한 비용인지가 문제 된다"며 "특별수익으로만 주장하면 반박을 받을 수 있어 별도 법리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4년간의 병간호, '특별한 기여'로 보상받을 길 열려
A씨 형제가 장남 측의 상속분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은 '기여분'을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 법은 공동상속인 중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유지·증가에 기여한 사람에게 더 많은 상속분을 인정한다.
A씨 형제가 4년간 병원비와 간병비 등을 전담하며 어머니를 부양한 것은 기여분 주장 사유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형제가 4년간 어머님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전담하며 특별히 부양한 내역은 상속재산분할 심판에서 기여분으로 인정받아 대습상속인들의 최종 지분을 상당 부분 축소시키는 가장 강력한 대응 수단이 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여분이 인정되려면 통상적인 부양의 수준을 넘어서는 '특별한' 기여였음을 입증해야 한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는 "단순한 가족 부양을 넘어 특별한 기여였는지와 부담액을 영수증, 송금내역, 간병자료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수익'이 상속분보다 크면 실제 상속액 '0원' 될 수도
특별수익과 기여분이 모두 인정되면 장남 측이 받을 상속 재산은 법정상속분보다 크게 줄어든다. 구체적인 상속분은 전체 상속재산에 특별수익을 더한 금액에서 기여분을 뺀 '간주상속재산'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여기서 산출된 각자의 법정상속분액에서 자신이 받은 특별수익을 공제하는 방식이다. 만약 장남이 받은 특별수익이 자신의 법정상속분액보다 크다면, 실제 남은 재산에 대해서는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특별수익이 장남 측 법정상속분 1/3을 초과하면 장남 측의 잔여 상속분은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 형제가 장남의 특별수익과 자신들의 기여분을 얼마나 충실히 입증하느냐에 따라 상속 재산의 분배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