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성추행, 퇴사 후엔 협박 전화… 끝나지 않은 악몽, 법의 심판대에
대표이사 성추행, 퇴사 후엔 협박 전화… 끝나지 않은 악몽, 법의 심판대에
1년간의 정신과 치료 끝에 회사를 떠난 피해자, 가해자의 집요한 연락에 법적 대응 모색. 전문가들, '업무상 위력 추행'과 '스토킹' 혐의 적용 가능성 높다고 진단.

대표이사에게 성추행당한 후 퇴사한 여성이 가해자의 집요한 연락에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허벅지 만지고 '할 얘기 있다'… 대표의 두 얼굴,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나
대표이사의 성추행에 시달리다 회사를 떠난 여성에게 가해자의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1년 넘게 이어진 정신과 치료로 겨우 회복을 꿈꾸던 일상은 산산조각 났다.
퇴사한 부하 직원에게 "우리 할 얘기 있잖아"라며 집요하게 연락하는 가해자의 행위는 법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을까.
"대표님 손길이 왜 제 허벅지에… 끝나지 않은 악몽"
악몽은 2019년, 피해 여성이 회사에 입사하며 시작됐다. 당시 영업상무였던 가해자는 이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고, 그의 권력은 피해자를 옥죄는 도구가 됐다.
그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의 허벅지를 만지고, 손가락으로 턱을 스치거나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등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일삼았다. 성희롱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피해자는 회사에 고충을 제기했고, 가해자는 결국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피해자에게 남은 것은 깊은 트라우마였다. 1년이 넘는 정신과 치료에도 고통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결국 정든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퇴사 후 걸려온 전화, '우리 할 얘기 있잖아'"
퇴사는 끝이 아니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회사를 그만둔 이후, 총 5일에 걸쳐 부재중 전화를 남기며 집요하게 연락을 시도했다.
마침내 전화를 받은 피해자에게 그는 "만나야지, 우리 할 얘기 있잖아"라며 섬뜩한 말을 건넸다. 과거 인사 보복과 명예훼손까지 겪었던 피해자에게 그의 연락은 공포 그 자체였다.
현재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피해자는, 담당 노무사의 권유에 따라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이라는 또 다른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변호사들 '명백한 범죄'… 업무상 위력 추행·스토킹 혐의"
법률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행위가 명백한 범죄에 해당하며, 여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진단했다.
우선, 대표이사라는 지위를 이용한 신체 접촉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성폭력처벌법 제10조)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대표이사라는 지위를 이용한 성추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퇴사 후 이어진 협박성 연락은 '스토킹범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률사무소 명중의 윤형진 변호사는 "'만나야지'라는 발언만으로는 협박죄가 성립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연락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연락이 반복된다면 스토킹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승소 열쇠는 '일관된 진술'과 '정신과 기록'"
변호사들은 형사 고소에서 승리하기 위한 핵심 열쇠로 '증거 확보'와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꼽았다. 성범죄는 CCTV 등 객관적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의 진술이 무엇보다 유력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은 어느 쪽 진술이 더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술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것을 조언했다.
피해 사실을 입증할 핵심 증거로는 1년간의 '정신과 진료 기록'이 꼽힌다. 이는 성추행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자료다.
이 외에도 회사에 제출했던 '고충 처리 기록', 가해자의 '부재중 전화 기록', 통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 등은 모두 가해자를 법정에 세울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검사 출신 서아람 변호사는 "간접 증거나 정황 증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고소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증거 수집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형사 고소와 별개로, 치료비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함께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