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각서, 첫날부터 '휴지 조각' 되나
1억 각서, 첫날부터 '휴지 조각' 되나
체불임금 1억 지급 약속, 첫날부터 삐걱…전문가들 “기다리면 늦는다”

임금 체불 사업주가 분할 지급 약속을 어기면, 즉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2025년 3월 퇴사하며 '밀린 임금과 퇴직금 등 1억여 원을 나눠 갚겠다'는 전자계약서까지 받았지만, 첫 지급일이 되자 사업주는 감감무소식이다.
전문가들은 약속이 깨진 즉시 '노동청 진정과 민사 가압류'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돈을 받아내야 한다며, 시간을 지체하면 사업주 재산이 빠져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월급 끊기고 퇴직금 20%만…벼랑 끝 노동자의 절규
2024년 12월, 직장인 A씨의 월급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그마저도 찔끔찔끔 쪼개 들어오더니, 2025년 3월 급여부터는 아예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재직 중 4대 보험조차 제대로 납부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3월 말 퇴사를 결심한 A씨가 받지 못한 돈은 밀린 급여, 2025년 연말정산 환급금, 80%가 증발한 퇴직금을 합쳐 총 1억 원을 훌쩍 넘겼다.
퇴사 당시 사업주와 '미지급금 전액과 지연이자까지 날짜별로 나눠 지급하겠다'는 전자계약서를 작성하며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약속된 첫 지급일에 A씨의 통장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A씨는 첫 지급일부터 약속이 깨질 것을 우려하며, 나머지 계약 일정을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법적 조치를 취해도 되는지, 사업주 처벌보다 돈을 돌려받는 것이 우선인데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지 절박한 심정으로 물었다.
첫 약속 어기면 '기한의 이익 상실'…“기다릴 의무 없다”
A씨의 사연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사업주와 맺은 전자계약서는 '정해진 날짜에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남은 지급 일정의 유예, 즉 '기한의 이익'을 부여한 것이다. 첫 약속부터 어겼다면 사업주는 그 이익을 누릴 자격을 상실한다.
윤영석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오늘 약속된 첫 번째 입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므로, 기한의 이익은 상실됩니다. 따라서 남은 일정을 기다려 주실 법적 의무나 이유는 전혀 없으며, 내일 당장이라도 전체 미지급액에 대해 고용노동부 진정이나 민사 절차를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명확히 답했다.
이시완 변호사(법률사무소 평정) 역시 “오늘 입금이 없다면 사업주는 계약상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므로, 남은 지급 일정을 기다리실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돈 받는 게 목표라면?…노동청·민사 '투트랙' 동시 압박
전문가들이 '처벌보다 회수가 우선'인 경우 가장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으는 전략은 '투트랙(Two-Track)'이다. 고용노동부를 통한 형사적 압박과 법원을 통한 민사적 실리 확보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먼저, 고용노동부에 즉시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해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이를 근거로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밀린 임금 일부(최대 1000만 원)를 먼저 지급하는 '간이대지급금'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1억 원이 넘는 거액을 모두 회수하려면 민사 절차가 필수적이다.
핵심은 '가압류'다. 소송에서 이겨도 사업주가 재산을 미리 빼돌리면 판결문은 휴지조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시완 변호사는 “특히 가압류는 사업주가 재산을 빼돌리기 전에 먼저 묶어두는 것이 핵심이므로 속도가 중요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가압류로 재산을 동결시킨 뒤,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해 강제집행 권한을 확보하면 비로소 사업주 재산에서 돈을 받아낼 수 있다.
김태안 변호사(법무법인 KB) 역시 “지급 일정만 기다리다 사업주 재산이 빠지면, 계약서가 있어도 돈 받는 순서에서 밀릴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하며 신속한 조치의 중요성을 뒷받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