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 소음에 화나 아래층에 239회 보복…법원 "이건 스토킹" 실형 선고
위층 소음에 화나 아래층에 239회 보복…법원 "이건 스토킹" 실형 선고
5개월간 새벽마다 둔기·괴성·욕설
피해자 일상 무너뜨린 '보복 소음'의 결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이웃 간의 흔한 갈등으로 치부되던 층간소음 문제가 법정에서 ‘스토킹 범죄’라는 무거운 심판을 받았다. 자신의 위층에서 들리는 소음에 분노해 정작 아무런 죄 없는 아래층 이웃에게 수개월간 보복 소음을 퍼부은 거주자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춘천시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평소 자신의 주거지 위층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하지만 A씨의 분노는 소음의 원인지가 아닌, 엉뚱하게도 자신의 발밑인 아래층으로 향했다. 아래층에 거주하는 피해자 B씨와 C씨는 2023년 7월 이사를 온 직후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A씨의 보복 행위는 집요하고 반복적이었다. 2023년 9월 11일 새벽 1시 52분경, A씨는 불상의 도구를 이용해 벽이나 바닥을 수회 강하게 내리쳐 아래층에 "땅, 땅, 땅" 하는 날카로운 음향을 전달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A씨는 이때부터 2024년 1월 말까지 약 5개월 동안 총 239회에 걸쳐 둔기 가격 소음, 괴성, 그리고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아래층으로 쏟아부었다.
소음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주로 모두가 잠든 밤 12시 이후나 새벽 4시에서 6시 사이였다. 피해자들은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공포를 느꼈고, 소음의 유형과 시각을 꼼꼼히 기록하며 관리사무소를 통해 수차례 중재를 요청했다. 하지만 A씨는 관리사무소의 권고를 무시한 채 소음 유발 행위를 멈추지 않았고, 결국 이 사건은 법정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다.
"그냥 항의였을 뿐"이라는 변명... 법원은 왜 '스토킹'이라 못 박았나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행위가 정당한 항의였다고 주장했다.
"층간소음에 항의하기 위해 3~4회 정도 막대기로 천장을 치거나 야간에 소리를 지른 적은 있지만, 공소사실처럼 대규모로 소음을 발생시킨 적은 없다"는 것이 A씨의 변명이었다. 또한 피해자들을 괴롭힐 고의가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냉혹했다.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성래)는 A씨의 행위가 전형적인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제출한 녹음파일 속 소음이 단순한 생활소음을 넘어 명백히 고의적인 타격음과 괴성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관리사무소 직원이 "민원을 확인하러 가면 항상 A씨의 집만 불이 켜져 있었다"고 진술한 점과 A씨의 집 천장 및 바닥에서 발견된 물건에 찍힌 흔적들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법원은 층간소음 분쟁 해결 과정에서도 A씨의 태도가 비합리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분쟁 조정 과정에서 위층 거주자는 소음 측정을 위한 녹음기 설치 제안을 수락해 실제 소음이 없음을 증명하려 노력한 반면, A씨는 이를 거부하고 일방적인 보복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법원은 설령 위층에서 소음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아래층에 보복 소음을 내는 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층간소음 보복, 이제는 '범죄' 영역... 법원이 경고한 선처 없는 기준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스토킹처벌법의 핵심 법리를 명확히 했다.
스토킹 범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이며, 이는 현실적으로 상대방이 공포를 느꼈는지와 관계없이 '객관적·일반적'으로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하다면 성립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소음을 지속적·반복적으로 발생시키는 행위는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피고인 역시 자신의 행위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용인했다"고 판단했다. (춘천지방법원 2025. 9. 4. 선고 2024고합96, 2024보고9(병합) 판결)
결국 법원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피해자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으나, A씨가 현재 다른 곳으로 이사해 직접적인 위해 가능성이 낮아진 점 등이 양형에 고려됐다.
이번 판결은 층간소음 갈등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해결하려는 보복 행위가 엄중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웃 간의 갈등이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변질될 경우,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소음 분쟁이 아닌 '범죄'로 기록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