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합격 후 입사 포기했더니⋯"우리 회사 입사 '안' 한다고? 그럼 손해배상 해"
최종 합격 후 입사 포기했더니⋯"우리 회사 입사 '안' 한다고? 그럼 손해배상 해"
범죄경력회보서 등 무리한 입사 서류 요구
취업 포기했더니⋯ "입사할 줄 알고 사둔 비품값 배상하라"

최근 A씨는 한 중소기업에 채용됐다. 그런데, 입사를 앞두고 최종 근로계약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A씨는 한 중소기업에 합격했다. 그런데, 입사를 앞두고 최종 근로계약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회사 측에서 A씨에게 무리한 입사 서류들을 요구하면서다. 대표적인 건 범죄경력회보서였다. 이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필수 업종도 아니었다.
이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니, 오히려 인사팀은 A씨를 예민한 사람으로 몰았다. 이어 인사팀은 "전과가 있는 사람인지 사전에 확인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범죄 전력이 없다면 문제 될 게 없지 않냐"는 식이다. 하지만 A씨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많은 자료를 요구하는 회사 측이 오히려 못 미덥다. 결국 찝찝함을 떨치지 못한 A씨는 회사 측에 취업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회사에서 황당한 주장을 폈다. A씨가 당연히 입사할 거라고 생각해 준비한 컴퓨터와 책상 등 각종 비품 비용을 받아야겠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겠다는 것. 정말 A씨는 이 요구에 따라야 하는 걸까?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기업 채용 과정에서 합격 통지를 받은 사람이 취업을 포기한다고 해서, 회사가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이로의 김수한 변호사는 "A씨는 아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계약 전까지 언제든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회사 측이 A씨를 위해 준비했다는 비품도 얼마든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를 A씨의 입사 포기로 인한 피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도 동일한 의견을 냈다. 안 변호사는 "설령 회사가 A씨의 귀책 사유를 입증한다 해도, 손해액을 입증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한, 변호사들은 "회사에서 법적 근거 없이 범죄경력회보서를 요구한 자체가 불법"이라고도 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형실효법)에 따르면, 다음 10가지 경우에만 범죄경력회보서를 요구할 수 있다(제6조 제1항).
1. 범죄 수사 또는 재판을 위해 필요한 경우
2. 형의 집행 또는 사회봉사명령 등 집행에 필요한 경우
3. 보호처분 또는 보안관찰 업무 수행에 필요한 경우
4. 수사자료표 확인 또는 외국 입국ㆍ체류 허가에 필요하여 본인이 신청하는 경우
5. '국가정보원법'에 따른 보안업무에 관한 대통령령에 근거해 신원조사를 하는 경우
6. 외국인의 귀화·국적회복·체류 허가에 필요한 경우
7. 각 군 사관생도의 입학 및 장교·준사관·부사관·군무원의 임용과 그 후보자의 선발에 필요한 경우
8. 병역의무 부과와 관련해 현역병 및 사회복무요원의 입영에 필요한 경우
9. 공무원 임용 등의 결격사유 확인에 필요한 경우
10. (아동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등) 다른 법률에 규정돼 있는 경우
법률사무소 퍼플의 박철현 변호사는 "법에서 정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범죄경력회보서 등을 요구한다면, 이는 불법이고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했다. 형실효법에 따르면, 이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제10조 제2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