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성범죄 피해자가 감당해야 할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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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성범죄 피해자가 감당해야 할 현실

2025. 09. 04 19:0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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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 번복으로 성추행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전락할 위기

법조계 “기억 왜곡의 합리적 소명과 ‘기억 회복 과정’ 입증이 관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성추행 피해를 신고했던 그녀는 어째서 ‘거짓말쟁이’로 몰리게 됐을까.


회식 날 밤, 끔찍한 성추행을 당한 A씨는 용기를 내 경찰서를 찾았다. 피해자로서 마땅한 보호를 받으리라 믿었지만, 그녀를 기다린 것은 서늘한 의심의 눈초리와 ‘무고죄(허위 사실로 타인을 고소하는 죄)’라는 또 다른 공포였다.


“어떤 자세로 추행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담당 경찰관은 “대충이라도 말해야 한다”며 진술을 압박했다. 음주와 충격으로 흐릿해진 기억의 조각을 억지로 꿰맞춘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A씨의 진술은 목격자 3명의 증언과 크게 엇갈렸고, 결정적 증거인 DNA마저 검출되지 않았다. 피해자에서 순식간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할 절체절명의 위기다.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기억의 배신’이 부른 비극

성범죄 사건에서 진술의 일관성은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CCTV 같은 객관적 증거가 부족할수록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입에 더욱 집중한다. A씨처럼 진술이 흔들리는 순간, 사건의 진실성 전체가 의심받기 시작한다.


조기현 변호사는 “최근 경찰과 검찰의 무고죄 인지수사가 활발하다”며 “진술과 목격자 증언이 크게 다르고 일관성마저 무너졌다면 무고로 입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성범죄 무고는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커 초범이라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는 중범죄다. 안영림 검사 출신 변호사 역시 “경찰, 검찰에서 세 차례나 피해자 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진술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된 불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억의 오류는 거짓말 아니다”

그렇다면 A씨는 꼼짝없이 처벌받아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기억의 오류’가 ‘의도된 거짓말’과 다르다는 점을 법정에서 설득력 있게 증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음주와 극심한 트라우마가 결합된 상황에서 기억의 왜곡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준 변호사는 “음주, 시간 경과, 트라우마로 인한 기억 왜곡은 합리적 설명이 가능하다”며 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해 피해자의 특수한 상황을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규덕 변호사 또한 “음주 상태에서 발생한 성범죄에서 피해자의 기억이 완벽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진술이 일부 달라졌다고 해서 피해 사실 전체를 거짓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골든타임을 잡아라 ‘기억 회복 과정’을 증명하라

변호사들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순간이라고 조언한다. 지금이라도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왜 진술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솔직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데 있다.


백지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까지의 진술 내용을 총정리하고 이를 보충하는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 변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경찰의 진술 강요 정황을 분명히 밝히고, 목격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비로소 기억이 명확해졌음을 설명해야 한다”며 “이는 진술 번복이 아닌 ‘기억의 회복 과정’이었음을 강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결국 A씨 사건의 향방은 엇갈린 진술의 간극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메우느냐에 달리게 됐다.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하고, 기억이 왜곡될 수밖에 없었던 심리적·물리적 상황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 그것이 가해자를 처벌하고 동시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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