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무죄라고 끝난 게 아니다"… '정신병' 비난 학부모에게 날아온 5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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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무죄라고 끝난 게 아니다"… '정신병' 비난 학부모에게 날아온 500만 원

2026. 01. 11 11:06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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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위 발언은 '공연성' 없어 명예훼손 무죄

하지만 '선 넘은 보복 문자'에 민사상 배상 책임 인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엄숙한 자리, 가해 학생의 부모 입에서 충격적인 폭로가 터져 나왔다. 2018년 2월,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회의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가해 학생의 부모 A씨는 피해 학생의 부모 B씨를 향해 "정신병이 있다", "약을 먹고 정신병원에 다니고 있다", "정신병이라 애들을 온전하게 양육하지 못한다"며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 사건은 결국 법정 싸움으로 번졌으나, 형사 재판과 민사 재판에서 엇갈린 결과가 나오며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비밀 유지 의무가 만든 '형사상 무죄'의 반전

발단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자신의 아파트에 놀러 왔던 B씨의 딸이 안방 서랍 속 목걸이를 훔쳤다고 의심하며 경찰에 신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판단 곤란' 판정이 나오고 사건이 미제로 분류됐지만, A씨의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이후 자녀들 사이의 갈등으로 학폭위가 열리자, A씨는 위원들 앞에서 B씨의 정신 건강 상태를 언급하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검찰은 A씨를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대전지방법원(2018고정943, 2019노519)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의 결정적 이유는 명예훼손의 성립 요건인 '공연성'이었다. 법원은 "학폭위 위원들은 관련 법률에 따라 비밀유지의무를 지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회의 내용을 외부로 전파할 가능성이 낮아 법리상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가 실제로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적이 있어 A씨의 발언을 악의적인 허구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점도 참작되었다.


"무죄 판결은 면죄부 아니다"… 민사 재판서 꺾인 기세

형사 재판에서 승소한 A씨는 기세를 몰아 B씨를 상대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대전지방법원 2020가단118411)을 제기했다. 자신을 무리하게 고소해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는 악수가 되었다. B씨가 그동안 A씨로부터 당한 괴롭힘을 근거로 반소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민사 재판부는 A씨의 청구는 기각하고, 오히려 "A씨는 B씨에게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형사상 명예훼손은 무죄일지언정, A씨가 행한 일련의 사적 보복 행위가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집요한 문자 괴롭힘과 허위 민원, 500만 원의 배상금으로 돌아와 법원이 주목한 것은 A씨의 '선 넘은 행동'이었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에게 "자식이 훔쳐 온 목걸이 차고 카톡에 올리는 주제에", "술집도 나갔다면서요", "남편이 바람 피우고 이혼당하는 주제에" 등 수치심을 유발하는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냈다. 또한 B씨의 전입신고가 허위라는 민원을 행정관청에 두 차례나 접수해 실제 거주 중인 B씨 가족이 현장 조사를 받게 만들기도 했다.


재판부는 "형사상 범죄가 되지 않더라도 민사상 책임은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며 "A씨의 발언과 문자, 허위 민원 제기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수준을 넘어 B씨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명시했다. 이후 A씨는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대전지방법원 2021나104526) 역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A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법적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폐쇄적 공간에서의 발언이 형사 처벌은 피할 수 있을지라도, 그 과정에서 행해진 악의적인 사적 괴롭힘은 반드시 경제적 책임으로 이어진다는 엄중한 경고를 남기고 있다.


[참고] 대전지방법원 2020가단11811 판결문 (2021. 2. 10.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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