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써" 수차례 반복한 팀장, 정말 출근 안 한 직원⋯대법원은 '일방적 해고'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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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써" 수차례 반복한 팀장, 정말 출근 안 한 직원⋯대법원은 '일방적 해고'로 봤다

2023. 02. 20 13:19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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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쓰라는 말에, 출근하지 않은 직원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면 '묵시적 해고 의사'

'사표 쓰라'는 반복된 말에 출근하지 않은 직원을 회사가 문제 삼지 않았다면, 이는 묵시적 해고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셔터스톡

"저기 가, 사표 쓰고", "사표 쓰고 가라."


말다툼 중 직장 상사가 "사표 쓰라"는 말을 7번 반복했다면, 해고인 걸까. 1⋅2심 재판부는 단순히 화를 내는 과정에서 쓴 우발적 표현이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회사가 해고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1⋅2심 법원 "사표 쓰라는 말은 우발적 표현일 뿐"

지난 2020년 1월, 운전기사 A씨는 한 전세버스 회사에 취업했다. 사실, A씨의 근무태도에 문제가 있긴 했다. 그는 버스 운행 스케줄이 있음에도 두 차례나 무단으로 결근했다. 한 달 새 벌어진 일이었다.


결국 관리팀장은 A씨와 언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팀장은 임원을 대동해 A씨에게 "사표 쓰고, 통장 계좌번호 넣어주고 가요"라고 말했다. "해고시키는거냐"고 묻는 말에, 팀장은 "맞다"고 동의했다. 이어 "당신은 회사에 도움은 안 주고 피해를 줬다"는 등 "사표 쓰라"는 말을 총 7번 반복했다.


A씨는 다음날부터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회사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다 A씨가 3개월 뒤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내자 돌연 "해고한 사실이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결국 A씨와 회사 간 소송전이 벌어졌다. A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했다.


하지만 지방노동위원회는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A씨의 신청을 기각했고, 재심을 맡은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결론이었다. 결국 A씨는 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법원의 판단도 달라지지 않았다. A씨는 1심에 이어 2심도 패소했다.


1⋅2심 재판부는 쟁점이었던 '사표를 쓰라'는 표현에 대해 "화를 내는 과정에서 쓴 우발적 표현일 뿐 근로계약관계를 끝내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관리팀장에게 해고 권한이 없고, A씨가 언쟁 후 사표를 실제로 쓰지도 않는 등 사직 의사를 분명히 밝힌 적이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대법원이 해고로 본 이유는?

A씨는 2심 판결에 대해서도 불복해 사건을 대법원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대법원은 그간의 판단을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해고를 한 게 맞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사표 쓰고 나가라'는 말을 반복한 것에 대해 "단순히 우발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 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언쟁이 벌어지기 전, 관리팀장과 임원인 관리상무가 A씨를 찾아가 "버스 키를 반납하라"고 한 뒤 직접 키를 회수해 간 것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근로자의 노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로 평가할 수 있다"며 '해고 권한'에 대해서도 "관리 상무에겐 권한이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봤다.


이어 "실제 A씨가 3개월 넘도록 출근하지 않아 회사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한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출근 독려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대표이사도 묵시적으로나마 A씨의 노무수령 거부를 승인⋅추인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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