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협찬 블로그', 현금 안 받았어도 중징계 받을까?
공무원 '협찬 블로그', 현금 안 받았어도 중징계 받을까?
취미로 시작한 블로그가 '겸직 금지' 족쇄로…감사 앞둔 공무원의 대응 전략은

금전적 대가 없이 물품 협찬만 받는 A씨의 블로그 활동이 '겸직 금지 위반'으로 감사 대상이 됐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취미로 운영하던 블로그가 ‘겸직 금지 의무 위반’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한 공무원의 목을 겨누고 있다.
금전적 대가 없이 물품 협찬만 받은 활동이었지만,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영리 업무’로 해석될 수 있다는 통보에 공무원 A씨는 눈앞이 캄캄하다. 그의 사례는 ‘N잡러’ 시대, 공무원의 겸직 허용 범위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대학생의 취미가 '감사'라는 부메랑으로
A씨의 블로그는 평범한 대학생의 취미로 시작됐다. 꾸준히 올린 글이 입소문을 타며 방문자가 늘었고, 공무원 임용 후에도 블로그는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자연스레 여러 업체로부터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후기를 남겨달라는 ‘체험단’ 제안이 쏟아졌다. 현금이 오가는 것이 아니었기에 큰 문제의식 없이 협찬에 응했지만, 과거 신청했던 겸직 허가 기간이 만료된 것을 잊은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A씨의 블로그 활동은 소속 기관 감사실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현금 안 받으면 괜찮다? 법원의 답은 'NO'
가장 큰 쟁점은 A씨의 활동이 국가공무원법 제64조가 금지하는 ‘영리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해당 조항은 공무원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며, 겸직(兼職) 시 소속 기관장의 허가를 받도록 한다. 현금이 아닌 물품만 받았다면 괜찮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단호히 “아니라”고 말한다. 법률사무소 리그의 이요한 변호사는 “체험단 활동을 통해 경제적 이익(서비스나 물품)을 제공받았다면 영리업무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법원의 오랜 입장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과거 방송 PD가 의류를 협찬받은 사건에서 “현금 수수가 없었더라도 물품 제공이 프로그램 홍보와 관련된 대가 관계에 있다면 실질적인 영리 행위”라고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 96누3463). 즉, 법원은 ‘경제적 이익’의 형태를 좁게 보지 않으며, A씨의 물품 협찬 역시 광고·홍보 활동의 대가로 해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근무 시간 포스팅, '성실 의무 위반' 쐐기 박나
A씨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업무 시간에 일부 게시글을 작성했다는 점이다. 비록 그 횟수가 매우 적다고는 하지만, 이는 명백한 공무원 복무규정 위반으로 ‘성실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이요한 변호사는 “업무시간 중 블로그 활동 건수가 매우 적다면 감사 과정에서 경미한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징계 수위는 위반의 고의성, 빈도, 업무 지장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A씨로서는 해당 활동이 업무에 미친 영향이 거의 없었음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감사 임박, '최악' 피할 3단계 대응 전략은?
전문가들은 감사에 임하는 A씨에게 ‘최악을 피할 3단계 대응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솔직한 소명과 ‘비영리 목적’의 강조다.
블로그 활동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되, 최초 목적이 금전적 이익이 아닌 순수한 취미였음을 일관되게 주장해야 한다. 과거 겸직 허가를 신청했던 이력은 ‘법을 기만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둘째, 즉각적인 시정 조치다.
논란이 된 즉시 체험단 활동을 중단하거나 정식으로 겸직 허가를 재신청하는 등 개선 의지를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이는 징계 수위를 정할 때 ‘개전의 정(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이 있다는 점을 어필하는 요소다.
셋째, 객관적 자료를 통한 ‘경미성’ 입증이다.
전체 블로그 운영 기간, 협찬받은 물품의 총 가액, 업무 시간에 작성한 게시글이 극소수이며 직무에 미친 영향이 없었음을 증명할 구체적인 데이터를 준비해 감사에 임해야 한다.
A씨의 사례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부수입 창출이 보편화된 시대에 공직 사회가 마주한 현실을 보여준다. 취미와 업무의 경계에서 길을 잃은 한 공무원의 이야기는, 유연하고 현실적인 겸직 규정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