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렸는데 수리 거부…'셀프 공사' 해도 돈 받을 수 있을까?
천장 뚫렸는데 수리 거부…'셀프 공사' 해도 돈 받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 "임대인 동의 없이 수리 가능, 그러나 '이것' 안 챙기면 낭패"

2년간의 누수로 집 천장 일부가 붕괴됐으나 집주인이 수리를 거부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천장에서 2년째 물이 새다 못해 구멍까지 뚫렸는데, 집주인은 '결로' 탓이라며 수리를 외면한다. 답답한 세입자는 직접 공사를 강행하고 싶지만, 집주인은 막무가내. 이 경우 세입자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명백한 의무 불이행 상황에선 세입자가 먼저 수리하고 비용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다만, 분쟁 없이 비용을 돌려받기 위해선 철저한 '증거 확보'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2년 방치된 누수, 천장 붕괴…'기다리라'는 집주인
다가구주택 세입자 A씨의 집 천장은 2022년 4월부터 물이 새기 시작했다. 잠잠해지나 싶더니 작년 9월부터 다시 악화됐고, 최근에는 젖었던 천장 일부가 무너져 내리며 구멍까지 생겼다.
집주인이 부른 업자는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벽 방수공사만 하고는 "결로인 것 같다"는 말만 남겼다. 집주인은 이 말을 근거로 "누수가 아니니 기다려보자"며 추가 조치를 거부하고 있다. A씨가 "내 돈으로 직접 고치겠다"고 하자, 집주인은 "임의대로 수리하면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법조계 "명백한 수선의무 불이행, 임차인에겐 '수리할 권리'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천장이 내려앉을 정도의 하자는 임대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계약 기간 동안 세입자가 집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 줄 의무(수선의무)를 지운다.
집주인이 이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세입자는 민법 제626조에 따라 집을 보존하는 데 쓴 비용(필요비)을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상산의 채한규 변호사는 "임대인이 수리업자를 불렀으나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못하고 벽방수공사만 한 것은 수선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라고 명확히 지적했다. 즉, 집주인이 수리를 시도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섣부른 공사는 '독'…분쟁 막는 '필수 증거' 목록
세입자에게 수리할 권리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공사를 시작하는 것은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집주인과의 분쟁을 막고 수리비를 안전하게 돌려받기 위해선 철저한 사전 조치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HB & Partners의 이충호 변호사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전문 누수 탐지 업체의 소견서와 견적서를 확보하여, 이를 근거로 '지정된 기한 내에 수리해주지 않으면 직접 수리하고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집주인이 '결로'라고 주장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임대인이 결로를 주장하고 있어 이 부분의 원인 규명, 하자 상태의 긴급성에 대한 소명을 할 수 있도록 전문 진단업체에 의뢰해 의견을 확보해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모든 책임은 세입자가 증명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진혁 변호사는 "추후 임대인이 그 수리에 대한 필요성 및 금액이 과다하다고 다투는 경우, 수리의 필요성 및 수리비용의 적정성에 대한 입증은 임차인이 하여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라며 영수증, 공사 내역 등 객관적 자료 확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