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가해자 부모에 '고소 사실' 알리고 싶은데…법률가들 "형사절차에선 주소 확인 불가"
스토킹 가해자 부모에 '고소 사실' 알리고 싶은데…법률가들 "형사절차에선 주소 확인 불가"
스토킹 피해자가 가해자 부모에게 범죄 사실을 알리기 위해 본가 주소 확인을 시도했으나 법적 한계에 부딪혔다. 변호사들은 형사 고소만으로는 주소 조회가 어렵고, 민사소송을 통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토킹 피해자가 가해자 부모에게 범죄 사실을 알리고자 했으나, 형사 절차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인해 주소 확인이 어렵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가해자 부모도 알아야"…스토킹 피해자의 절박한 호소, 법의 벽은 높았다
스토킹 범죄에 시달리던 A씨는 큰 용기를 내 가해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A씨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해자의 부모에게만큼은 아들의 범죄 사실을 알려 반성과 사과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입신고도 없이 자취하는 가해자의 본가 주소를 모르는 A씨는 "고소장이 부모님 댁으로 전달되게 할 방법이 없느냐"고 절박하게 물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현실의 벽이 높다고 지적했다.
"부모님 집 주소 알려달라"...'사실조회'는 형사소송의 길이 아니다
A씨가 떠올린 방법은 '사실조회 신청'이었다. 법원을 통해 가해자의 주민등록상 주소를 알아내려 한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형사 절차에서 고소인이 피고소인의 개인정보를 조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는 사실조회를 신청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 역시 "현재 형사단계를 진행 중이기에 사실조회 신청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수사기관이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제3자인 고소인에게 임의로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소장이 집으로 안 가나요?"…송달에 대한 흔한 오해
A씨의 바람과 달리, 형사 고소장이 민사 소장처럼 피고소인의 집으로 직접 배달되는 것도 아니다. 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는 "고소장은 송달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소인이 필요하면 정보공개 청구를 하여 받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즉, 가해자가 스스로 열람하지 않는 한 고소 내용이 가족에게 알려질 가능성은 낮다. 설령 수사기관이 출석요구서 등을 보내더라도, 효율성을 위해 현재 거주지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피고소인의 현 거주지로 서류를 송달하며, 부모에게 고소 사실이 전달되는 것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본가 주소지 관할 경찰서에서 수사를 원한다면, 법률사무소 율선 홍경열 변호사의 조언처럼 "접수한 고소장을 회수하여 관할 구역 경찰서로 재접수하거나 이송신청을 해야" 하지만, 이는 번거로울뿐더러 반드시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형사가 안 되면 민사로?…주소 확인의 또 다른 길
그렇다면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일까. 일부 변호사들은 '민사소송'이라는 우회로를 제시했다. 형사 고소와는 별개로, 스토킹으로 인한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한바다 곽정훈 변호사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한 후, 민사 소장이 피고소인의 집으로 송달될 수 있도록 사실조회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 역시 "스토킹이 인정되면 추후 민사소송 과정에서 고소인의 주거지 파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형사 절차의 문은 닫혀 있지만, 민사 절차를 통해선 합법적으로 주소지를 확인하고 소장을 송달할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본질은 처벌과 피해 회복"...전문가들의 한목소리
하지만 대다수 법률 전문가는 A씨의 심정에는 공감하면서도, 사건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해자 가족에게 알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스토킹 범죄의 입증을 통해 가해자를 합당하게 처벌하고, 피해자의 안전과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리버티 김지진 변호사는 "상대방 본집 주소는 개인정보기 때문에 함부로 알 수 없다"며 "형사고소장 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단순 신고로 진행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토킹 범죄는 증거 확보와 수사관 설득이 관건인 만큼, '나 홀로 소송'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것을 권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결국 피해자의 가장 큰 무기는 가해자 가족의 인지가 아닌, 범죄 사실을 명확히 입증할 법적 논리와 구체적 증거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