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남과 합의했는데 또? 별거 중 외도, 법의 심판은?
상간남과 합의했는데 또? 별거 중 외도, 법의 심판은?
'혼인 파탄' 여부가 관건…변호사들 '추가 소송 가능' vs '패소' 팽팽

상간남과 합의한 아내의 외도가 별거 후에도 의심되는 상황. 합의 후 부정행위는 새 소송 대상이 될 수 있으나, 법원이 혼인 파탄으로 판단 시 패소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아내의 1년 외도 끝에 상간남과 합의했지만, 아내와 별거에 들어가자 '둘이 또 만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합의서에는 위약벌 조항조차 없다.
이 경우 다시 법의 심판을 구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혼인관계 파탄' 여부를 두고 "새로운 소송감"이라는 의견과 "패소는 물론 상대 소송비까지 물어줄 것"이라는 극과 극의 진단을 내놨다. 한 남성의 사연을 통해 상간 소송의 복잡한 법리를 파헤친다.
합의는 과거의 면죄부일 뿐, 미래의 불륜은 새 소송감
아내의 외도로 고통받던 A씨는 상간남과 합의금을 받고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하지만 아내와 별거를 시작하자, 둘의 만남이 재개될 수 있다는 불안에 휩싸였다.
변호사 다수는 합의가 모든 법적 조치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합의는 '그 시점까지'의 잘못에 대한 것이므로, 이후의 새로운 부정행위는 또 다른 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법무법인(유한)랜드마크 양지인 변호사는 "합의 이후 진행된 상간은 새로운 불법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재차 상간 소송을 진행할 수 있고, 위자료를 지급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대진 이동규 변호사 역시 "상간남에게 손해배상금을 받으셨더라도, 그 이후 또다시 부정행위를 하였다면 추가로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라며, 이는 기존 합의와는 별개의 사안임을 명확히 했다.
이는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모든 행위를 '부정한 행위'로 규정하고 이혼 사유로 인정하는 우리 법(민법 제840조 제1호)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파탄 후 만남'이냐 '회복 중 배신'이냐…법원의 시선은 어디로
문제는 '별거'라는 상태가 법적으로 '혼인 관계 파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간남 측에서 "이미 깨진 결혼이니 우리가 만나는 건 불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할 경우, 법원의 판단은 첨예하게 갈릴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변호사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나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별거 중 아내가 상간남과 다시 만남을 가지더라도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난 상황이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혼인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손해배상, 즉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판례의 일관된 입장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소송을 제기하면 필히 패소하고 상대방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하는 상황이므로 신중하셔야 합니다"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부부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 제3자가 부부 일방과 성적 행위를 해도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3다265731 판결).
하지만 다수의 변호사는 '아직 끝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더신사 법무법인 김연주 변호사는 "합의 이후 추가적으로 상간행위가 발생하고, 이에 대한 증거가 있는 경우 상간소송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아내분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셔야 합니다"라고 조언하며, 소송의 가능성과 상대의 예상 반박에 대한 대비책을 함께 제시했다.
김형민 변호사 역시 "2017. 상간소송판결 후 2018. 2. 배우자가 집을 나가 별거한 상태에서 2018. 8. 추가 상간행위가 있던 사안에서, 법원은 상간자의 실질상 부부공동생활파탄주장을 배척해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사례도 있습니다(서울남부지법 2018가단253653)"라며 실제 승소 사례를 들어 반박의 여지가 충분함을 시사했다.
분노는 독, 증거는 약…'입'은 닫고 '눈'은 떠라
그렇다면 A씨가 지금 당장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감정적인 대응 대신 냉정한 증거 수집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합의 후 상간남의 행위를 주위에 알리면 명예훼손 등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며, 별거 중 아내와 상간남의 재만남이 확인되면 이를 증거로 확보하여 새로운 손해배상 소송이나 유책배우자로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섣부른 폭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동시에, 새로운 소송을 위한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한 것이다.
법무법인 심 임효정 변호사 또한 "추가적으로, 주변에 상간사실을 알리는 것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하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라며 같은 위험성을 지적했다.
결국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새로운 부정행위'의 증거를 차곡차곡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법률사무소 더든든 추은혜 변호사는 ▲증거수집 철저히 진행 ▲사실관계 정리/기록 ▲제3자 목격자 확보 ▲통화/문자 기록 보관 등을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 증거들은 추가 상간 소송이나 이혼 소송에서 상대의 유책(잘못이 있음)을 입증할 결정적 무기가 될 수 있다.
A씨의 사례는 법적 다툼에서 '별거'라는 상태가 얼마나 복잡한 해석을 낳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의 엇갈린 진단 속에서, 법원의 시선은 A씨가 혼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향할 것이다. 분노를 가라앉히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냉정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