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거 후 파혼, '결혼 준비 비용' 돌려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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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거 후 파혼, '결혼 준비 비용' 돌려줘야 하나

2025. 11. 10 10:5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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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단기 사실혼은 재산분할 대상… 각자 기여분 가져가는 게 원칙”

1년 이상 지속된 사실혼 관계가 쌍방 합의로 파기된 경우, 결혼 준비 비용 반환이 아닌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1년 3개월 만의 파국”…함께 산 연인이 ‘가구·가전 값 내놔’ 소송 걸겠다는데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1년 넘게 부부처럼 동고동락한 연인이 갈라섰다. 갈라서면서 발생한 문제는 돈이었다.


사실혼이 시작되면서 A씨는 가전·가구를, 상대방은 신혼집 보증금을 마련했다. 전세대출 이자는 절반씩 부담했다. 하지만 7개월간의 주말부부 생활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상대방은 “결혼 준비 비용을 반환하라”며 A씨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쪽이 “결혼을 준비하며 썼던 비용을 모두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둘의 이별은 법적 분쟁으로 번질 위기에 처했다. 과연 법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1년 넘었으면 ‘결혼’…비용 반환 아닌 ‘재산분할’의 영역


법률 전문가들은 ‘사실혼이 얼마나 지속됐는가’를 핵심 잣대로 제시했다. 일단 사실혼 관계가 성립해 일정 기간 지속됐다면, 관계가 깨졌다고 해서 결혼 준비 비용을 곧바로 돌려줄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비용 반환’의 문제가 아니라 ‘재산분할’의 영역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환의 김상훈 변호사는 “사실혼 관계가 1년 3개월 정도 유지됐기 때문에 단기간 파탄은 아니어서 결혼비용 반환의무는 없다고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부부공동체로서 실질을 갖추지 못할 정도로 아주 짧은 기간에 관계가 해소된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결혼식 비용 등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없다고 본다.


즉, 1년 3개월이라는 기간은 ‘혼인 생활의 실체’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며, 이제 와서 ‘썼던 돈’을 물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모은 재산’을 나누는 방식으로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잘못한 사람 없다면? 각자 사 온 혼수품 가져가면 끝


이번 사연처럼 어느 한쪽의 잘못(유책 사유) 없이 합의 하에 관계를 정리하는 경우, 문제는 더 간단해진다. 법원은 통상 ‘원상회복’의 원칙을 적용한다. 쉽게 말해 ‘각자 사 온 것은 각자 가져가라’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단기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경우, 혼수 및 예물, 가전가구 등을 마련한 사람이 다시 되가져가는 것으로 재산분할이 정리된다”고 설명했다. A씨가 가전·가구를 가져가고, 상대방이 보증금을 회수하는 식으로 각자의 기여분을 정리하면 된다는 뜻이다.


법무법인 승원의 한승미 변호사 역시 “A씨에게 일방적인 유책 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상대방이 사용한 결혼 준비 비용을 A씨가 부담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위자료는 물론, 이미 지출된 비용에 대한 책임 공방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상대방의 ‘주말부부’ 공격, 어떻게 막아야 하나


물론 상대방이 “1년 3개월 중 7개월은 주말부부였으니 실질적인 혼인 기간은 매우 짧다”고 주장하며 나올 가능성도 있다. 사실혼 관계 자체를 부정하거나, ‘초단기 파탄’임을 내세워 비용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A씨에게 유리한 정황이 많다. A씨는 주말부부 생활을 끝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합가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분명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1년 3개월의 사실혼 관계는 단기간으로 볼 수 있으나, 혼인의사와 공동생활 실체가 있었다”며 “유책사유 없이 합의 해소된 경우이므로 결혼 준비 비용을 반환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진단했다.


결국 법적 다툼으로 가더라도 A씨가 상대방의 요구에 응할 필요는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소송에 앞서 각자 기여한 재산을 돌려받는 선에서 원만하게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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