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주 중 '나도 모르게' 피소?…'악플' 공소시효의 함정
해외 거주 중 '나도 모르게' 피소?…'악플' 공소시효의 함정
도피 목적 아니면 공소시효 그대로 진행…'부모님 댁 우편함'이 1차 관문

유학 등의 목적으로 해외에 있다면 수년 전 댓글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해외 유학 중 '악플' 고소?…'도피 아니면 괜찮다'는 공소시효의 진실
"혹시 나도?" 수년 전 무심코 쓴 연예인 '악플' 하나가 해외에 사는 A씨의 발목을 잡았다. 수천 명을 상대로 한 거대 로펌의 '악플러 소탕' 소식이 바다 건너까지 들려오자, A씨는 '나도 모르는 피고소인'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경찰 연락, 바다 건너오나?…첫 통지는 부모님 댁으로"
만약 A씨가 고소를 당했다면, 첫 소식은 바다 건너 A씨가 아닌 한국의 부모님 댁에 도착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변호사들은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피의자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라고 입을 모았다.
권민정 변호사(법률사무소 민앤정)는 "이 경우라면 부모님 주소지로 오게 될 것"이라며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출석요구서를 송달한다"고 설명했다. 전화번호가 있다면 먼저 연락하겠지만, A씨처럼 한국 휴대폰이 없는 상황에서는 우편이 기본 절차라는 의미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와 박영재 변호사(법무법인 창세)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다.
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다. 박영재 변호사는 "경찰이 이메일, 해외 주소로 우편을 발송하거나 외교부를 통해 국제적으로 연락을 시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통상적인 절차라기보다, 국내 주소지로 연락이 닿지 않을 때 고려되는 다음 단계에 가깝다. 결국 1차 관문은 한국에 있는 부모님 댁 우편함인 셈이다.
"진짜 핵심 '공소시효'…'도피성 출국' 아니면 걱정 끝?"
A씨의 더 큰 걱정은 공소시효(범죄 발생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처벌할 수 없게 되는 제도)다. A씨가 작성한 댓글은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는데, 모욕죄의 공소시효는 1년에 불과하다. 문제는 A씨가 해외에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형사소송법 제253조는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규정한다. A씨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할까?
변호사들은 A씨의 출국이 '도피성'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조기현 변호사는 "형사처분을 피하려 해외로 도피한 것이 아니므로 공소시효는 그대로 진행된다"며 "사안의 경우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걱정 자체가 기우로 보인다"고 단언했다.
실제 대법원 판례 역시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을 엄격하게 해석한다. 범죄를 저지르기 이전부터 학업, 사업 등 다른 목적으로 해외에 체류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면, 설령 귀국하지 않고 체류를 이어가더라도 '도피 목적'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A씨처럼 유학 생활 중이었다면, 공소시효 정지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가능성이 매우 높은 셈이다.
"그래도 불안하다면…변호사들이 제안하는 '확인 사살' 방법"
법리적으로는 안심할 수 있지만, '만약'이라는 찝찝함이 남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몇 가지 현실적인 방법을 제안했다. 우선 부모님께 주기적으로 우편물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만약 실제로 고소 여부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에 사건 조회를 의뢰하는 방법도 있다.
결론은 명확하다. 형사처벌을 피하려 해외로 도망친 '도피자'가 아니라면, 공소시효의 시계는 해외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수년 전의 댓글 하나가 현재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법리적으로 희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