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자료인 줄 알았는데'…1년 만에 날아온 경찰 출석요구서, 미성년자의 악몽
'학습자료인 줄 알았는데'…1년 만에 날아온 경찰 출석요구서, 미성년자의 악몽
온라인서 상품권으로 자료 구매한 미성년자, 아청물 소지 혐의로 수사선상에…법률 전문가들 "범죄 '고의성' 입증이 관건, 첫 조사가 운명 가른다"

학습자료로 알고 구매한 파일이 아청물로 밝혀져 미성년자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학습자료를 검색하던 미성년자가 1년 전 구매한 파일 하나 때문에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소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법적 공방의 중심에 섰다.
인터넷에서 학습자료를 찾던 한 미성년자에게 1년 만에 경찰 출석요구서가 날아들었다. SNS를 통해 유도된 대화방에서 상품권으로 구매한 자료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아청물)'이었던 것이다.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도 모르는 막막한 상황, 법률 전문가들은 사건의 향방을 가를 열쇠는 단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1년 뒤 날아온 출석요구서…판매자 검거에 '구매자' 덜미
잊고 있던 1년 전의 일이 어떻게 수면 위로 떠오른 걸까. 소프트리걸 법률사무소의 황규목 변호사는 "해당 사안은 판매자가 잡히는 바람에 판매자 계좌 거래내역을 통해 구매자들을 수사하기 시작한 건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세상에 남은 거래 기록이 1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수사의 단서가 된 셈이다. 경찰이 판매자의 계좌를 압수수색해 상품권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구매자들의 신원을 하나씩 특정해나가는 전형적인 수사 방식이다.
징역 1년 이상 실형뿐…'알고 있었나' 고의성이 가른 유무죄
아청물 소지죄는 초범이라도 예외가 없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는 "아동ㆍ청소년 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알면서 소지ㆍ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며 "초범이어도 벌금형이 선고될 수 없고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법정형에 벌금형 자체가 없어 혐의가 인정되면 곧바로 징역형으로 이어지는 무거운 범죄다.
이 때문에 법정에서는 '고의성', 즉 아청물임을 '알면서' 구매했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된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모든 형사사건에서 피의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범죄의 고의'가 있었어야 한다"며 "확정적으로 아청물을 소지한다는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법원은 광고 내용이나 파일 구성 등을 토대로 피고인이 아청물임을 인식하기 어려웠다고 판단될 경우 무죄를 선고하기도 한다. '학습자료'라는 말에 속아 구매했다는 미성년자의 주장이 법정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느냐에 운명이 달린 것이다.
첫 조사가 골든타임…'변호인 없이 섣부른 진술은 금물'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첫 경찰 조사'다. 20년간 경찰로 재직했던 법무법인 베테랑의 송재빈 변호사는 "법적 배경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서 출석 후 초기수사에 응할 경우 수사관의 수사방향에 따라 일방적으로 진행될 우려가 있다"며 변호인과의 사전 상담을 강력히 권고했다.
부천원미경찰서 여성청소년범죄수사팀장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 역시 "초기 진술의 일관성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진술 과정에서 실수로라도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수 있으므로, 전문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대응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섣부른 진술 하나가 '고의성'을 인정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미성년자라는 특수성…'소년법'이 희망 될까
다만 의뢰인이 미성년자라는 점은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미성년자의 경우 대부분 소년법상 보호처분의 대상이 되며, 초범이고 범행 의도가 없었다면 교육이나 수강명령 등 비교적 가벼운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형사처벌 전과가 남는 징역형 대신, 사회봉사나 수강명령 등 교육과 교화에 초점을 맞춘 '보호처분'으로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 역시 범죄의 고의가 없었거나 미약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한순간의 호기심과 실수가 걷잡을 수 없는 법적 문제로 비화한 지금, 미성년자의 미래는 첫 조사실의 문을 열기 전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