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계산대 1만원 실수, 상습범 취급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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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계산대 1만원 실수, 상습범 취급한 경찰

2026. 01. 29 11:2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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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선임 후 드러난 서류…"가만히 있으면 된다"

한 시민이 대형마트 셀프 계산대에서 음료 결제를 누락해 상습범 취급을 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대형마트 셀프계산대에서 1만원 상당의 음료수 결제를 깜빡했다가 강력계 형사에게 상습범 취급을 받은 시민. 격분해 로펌을 선임하고 받아본 서류엔 '피해 없음'이라 적혀있었다.


한 달 넘게 감감무소식인 이 황당한 절도 혐의 사건, 법조계는 "오히려 유리한 신호"라고 진단했다.


"상습범 취급하던 형사는 사라지고... 서류엔 '피해없음'"


사건은 지난해 11월 27일, 한 대형마트 셀프계산대에서 시작됐다. A씨는 음료수 4개, 1만원어치를 미처 결제하지 못했다. 마트 보안실로 끌려가 감금에 가까운 조사를 받던 중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오히려 "저분을 저리 감금하시면 어찌 하냐"고 마트 측을 타박했고, A씨의 신원을 확인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물건은 현장에서 즉시 반환됐다.


이대로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은 한 달 뒤인 12월 29일, 강력계 형사의 전화 한 통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형사는 A씨에게 다짜고짜 "몇 번 그랬냐"며 상습범 취급을 했다. A씨가 "몇 달 전에 뭘 샀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항변했지만, 형사는 비웃으며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통보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모멸감을 느낀 A씨는 즉시 해당 통화를 녹취하고 로펌을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변호사는 곧장 선임계를 제출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경찰이 확보한 사건 기록을 요구했다.


1월 9일, A씨 손에 들어온 '사건사실확인원'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서류에는 '11월 27일 음료수 4개(1만원 상당)를 절취하였음(현장반환완료)'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형사가 몰아붙였던 '상습'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었고, 피해 상황을 적는 란은 아예 공란이었다.


심지어 담당 경찰관 이름도 A씨에게 전화했던 형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이후 경찰로부터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고 있다.


"로펌 선임은 '신의 한 수'... 변호인들 "가만히 있으라" 한목소리, 왜?"


답답한 마음에 법률 상담을 구한 A씨에게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처럼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윤준기 대표변호사는 "1만원 상당 결제 누락 건으로 현장 반환까지 된 사안에서 검찰이 기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변호사 선임까지 한 상황이라 수사기관도 신중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고, 연락이 없는 것은 오히려 사건이 불송치(검찰로 보내지 않고 경찰 단계에서 종결)나 각하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같은 사무소의 최성현 변호사(전 경제범죄수사팀) 역시 "사건사실확인원 내용으로 볼 때 경찰 내에서도 우선순위가 낮은 경미 사건"이라며 "연락이 없는 건 사건이 종결 수순을 밟고 있거나 다른 긴급 사건에 밀렸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가 상습성을 물은 것에 대해서도 "수사 초기에 하는 통상적인 질문이지 상습범으로 단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핵심 쟁점은 절도의 '고의성'이다. 반포 법률사무소 김윤환 변호사는 "셀프계산대 오류와 즉시 반환, 피해 회복이 이뤄진 사안에서는 고의 입증이 쉽지 않다"며 "사건사실확인원에 '상습' 표현이 없고 '현장 반환'이 명시된 점은 피의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정황"이라고 평가했다.


A씨가 궁금해했던 '고모가 부장판사인데 경찰이 이를 알 수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모든 변호사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가족 관계를 별도로 조회하지 않으며, 사건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1만원 절도 해프닝, 최종 결말은?"


법조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 사건은 '혐의없음'이나 '기소유예' 등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물건을 훔치려는 명확한 의도(불법영득의사)가 입증돼야 하는데, A씨의 경우는 단순 실수나 착오로 보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피해 금액이 소액이고 즉시 반환돼 실질적인 피해가 없다는 점도 중요한 참작 사유다.


A씨의 발 빠른 법적 대응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수사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함으로써, 감정적 대응 대신 법적 절차에 따라 차분하게 방어할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현재 A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변호인의 조언대로 추가 행동 없이 수사기관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마트 측의 부당한 감금 행위나 형사의 강압적 수사 태도는 별개의 법적 문제 소지가 있어, 이번 절도 혐의가 완전히 종결된 후 법적 조치를 검토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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