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인데 가해자로? 보험사의 '치료비 반환' 소송 함정
피해자인데 가해자로? 보험사의 '치료비 반환' 소송 함정
상대방 100% 과실에도 '과잉진료' 족쇄, 변호사들 "섣부른 대응 금물"

상대방 100% 과실 사고 피해자가 5개월간 치료받자, 보험사가 과잉진료라며 치료비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AI 생성 이미지
상대방이 100% 잘못한 교통사고로 5개월간 치료받은 운전자가, 되레 가해자 측 보험사로부터 590만 원의 치료비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당했다.
보험사의 '과잉진료' 압박에 잘못 대응했다간 치료비는 물론 소송비용까지 떠안을 수 있어, 법률 전문가들은 소장을 무시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며, 협상과 법적 절차에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는 60만원, 치료비는 590만원"…보험사 '선제 소송'의 속내
신호 대기 중이던 A씨의 17년 된 경차를 다른 차가 들이받았다. 상대방 과실 100%의 명백한 사고였다. 차량 수리비는 60만 원에 그쳤지만, A씨는 목과 어깨 통증으로 7일간 입원하고 이후 5개월간 50회가 넘는 통원치료를 받았다. 총 치료비는 약 590만 원.
그런데 가해자 측 보험사가 돌연 A씨에게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치료비를 내줄 의무가 없음을 법원에 확인받겠다는 선제공격이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이를 보험사의 전형적인 압박 전략으로 분석했다. 법무법인 중산 김영오 변호사에 따르면, 이는 보험사가 '경미한 사고(수리비 60만 원)인데 5개월간 56회 치료는 과하다'고 보는 논리다. 여기에 3년 전 목 통증 치료 기록을 근거로 "이번 사고 때문이 아니라 원래 아팠던 것 아니냐"며 기왕증(과거 병력)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장 받고 무대응? 치료비에 소송비용까지 '덤터기'"
법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소장을 받았다면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정해진 기한 내에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보험사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는 셈이 되어 재판 없이 패소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답변서 제출 기한은 반드시 지켜야 하며, 대응하지 않으면 원고가 무변론 승소하여 원고 주장이 전부 받아들여지게 됩니다"라고 단언했다. 이 경우 치료비 590만 원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것은 물론,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떠안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법무법인 휘명 김민경 변호사 역시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대 주장이 그대로 인정되어 무변론 승소 판결이 날 수 있으므로, 답변서 제출 기한을 반드시 확인하고 사고와 치료 사이의 인과관계 및 치료 필요성을 명확히 다투어야 합니다"라고 신속하고 명확한 대응을 강조했다.
최선은 '소 취하' 합의…"직접 연락하되, 합의는 서면으로"
변호사 대다수는 소송으로 끝까지 가는 것보다 협상이나 조정을 통해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보험사 담당자 또는 상대 변호사에게 직접 연락하여 기 발생한 치료비 전액을 보험사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소 취하를 제안하는 방식은 충분히 시도해볼 만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보험사 역시 소송 비용과 시간을 고려할 때 적정선에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섣부른 직접 연락은 피해야 한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상대방 측에 직접 연락하여 소 취하를 전제로 한 합의를 시도하시는 방법도 있으나 자칫 A씨께서 불리한 진술을 남길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합의가 성사되면 반드시 서면으로 남겨야 뒤탈이 없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도 "소취하 합의도 가능하나, 보험사 부담 확약을 서면으로 받아야 합니다"라며 서면 합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협상 결렬 시?…"답변서와 '동시에' 반소를 제기해야"
만약 협상이 결렬돼 소송을 피할 수 없다면, 수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방어에만 그치지 말고 "답변서에는 보험사의 주장을 반박하고, A씨의 치료가 정당했음을 주장해야 합니다. 동시에,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치료비,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해야 합니다"라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단순히 방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역으로 청구하며 공세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이 경우 승패는 '치료의 정당성'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입증하느냐에 달렸다. 그는 특히 과거 치료 이력에 맞서기 위해 "'이번 사고로 기존 증상이 악화되었거나 새로운 증상이 유발되었고, 5개월간의 치료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내용의 상세한 의사 소견서가 결정적일 수 있습니다"라며 객관적 증거 확보를 승패의 관건으로 꼽았다.
